가상화폐, 주식폭락… 눈덩이 손실에 뿔난 개미들

입력 2018-10-31 04:03

회사원 이모(33)씨는 지난해 말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에 5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올 초 원금만 200만원 가까이 손실을 봤다. 지난 1월 2598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한 달 만에 1000만원까지 추락했었다. 다른 투자처를 찾던 이씨는 코스닥시장 종목에 투자했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등 정책 효과를 기대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씨는 “아무리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참 돈 벌기 어렵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최근 가속화된 한국 증시의 급락세에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긴축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두드러진 데에는 정부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코스피지수는 반등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만은 않다. 최근 5거래일간 개인은 1조30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초부터 거세진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주식을 순매수해 왔던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개인의 매도세가 계속된다는 건 결국 지속적인 반대매매로 개인들의 주식이 가격을 불문하고 팔렸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대출로 주식을 매입했다가 갚지 못하게 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파는 것을 뜻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개미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가 하면 정부 경제관료들의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증시 대책을 세운다고 증시가 부양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면서도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더 급락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대응이나 적극성 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증시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의 주식투자 제한을 푸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저금리 시대에 돈을 불리기 위해 투자에 나섰는데 손해만 봤다는 불만이 높다. 중소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박모(38)씨는 “예금금리는 1%대 수준이라 저금의 의미가 없어서 펀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20%에 가깝다. 서민들이 돈을 불릴 방법은 영영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개인들의 불만 요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거래대금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28일 10%에서 약 3주 만에 28%까지 치솟았다.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966억원에 달했는데 지난달 하루 평균은 689억원, 지난 8월은 597억원 수준이었다. 주가 하락을 노리고 주식을 빌려 매매하는 공매도가 이달 들어 기승을 부렸다는 의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