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아버지 신고했지만 2시간 만에 풀려나”

입력 2018-10-30 18:43

지난 22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피해자의 큰딸이 30일 국정감사장에서 “(가정폭력 가해자인 아버지에게서) 가족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게 법을 고쳐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큰딸 김모(22)씨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주소지가 아무리 분리돼도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서류를 통해 (피해자 거주지 관련) 정보가 유출된다”며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신상 보호를 위해 설치한 가림막 뒤에서 증언했다.

김씨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아버지를 사형해 달라’는 글을 올린 이유를 묻는 의원의 질문에 “(아버지가) 우발적, 심신미약 등으로 감형돼 출소하면 가족에게 보복할까봐 두려워서 그랬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구속돼도) 6개월만 (교도소에) 살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또 가정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아버지의 폭력을 처음 신고한 2015년 2월 경찰이 2시간 만에 가해자를 풀어줬고 신고자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용기를 내서 신고했는데 (경찰에) 무시당했다”며 “아버지가 집에 와서 집기들을 던지고 엄마를 데려오라고 가족들을 밤새 괴롭혔다”고 전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2016년에도 가정폭력으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처벌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아버지는 흥신소에 의뢰해 피해자의 둘째 딸 동향을 파악한 뒤 집 앞에 찾아가 칼을 들고 위협했다. 경찰은 “신체적 폭력이 없었기 때문에 처벌 강도가 미미할 것”이라며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앱으로 신고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가해자는 또 다시 폭력을 행사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며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