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검은 옷’ 총집결 “우리가 문 닫으면 정부가 어쩔 건데”

입력 2018-10-30 18:37 수정 2018-10-30 23:40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앞서 한유총은 회원들에게 토론회 일정을 알리며 드레스코드로 위·아래 검은색 옷을 입을 것을 주문했다. 고양=권현구 기자
“우리 다 문 닫으면 정부가 어쩔 건데. 학부모도 정신 차려야지.”(60대 사립유치원 관계자) “집단행동은 힘들지 않을까. 정부가 제도 개선해주면 맞춰야죠.”(40대 사립유치원 관계자)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최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 4000여명이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초상집 분위기와 흡사했다. 상하의 검정색으로 맞춰 입고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토론회였지만 장사진을 이룬 사립유치원 관계자들로 4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대체로 격앙돼 있었지만 강온이 뒤섞여 있었다. 한 60대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다 문을 닫는다고 해야 해. 그래야 언론도 우리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겠어”라고 말하자 옆의 다른 관계자가 “그래야 학부모들도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알겠지”라고 맞장구쳤다.

자신을 유치원 이사장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은 진공청소기를 등에 짊어지고 “박용진이 (사립유치원) 다 쓸어버리라니까 그냥 내가 다 쓸어버릴게”라고 고성을 질러 제지당했다. 그는 “손자가 ‘할아버지 유치원 하지마. 학교 가니까 유치원하면 도둑놈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내가 이걸 계속해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천안에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40대 여성은 “국공립 40%는 말이 안 된다. 유치원 하나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도 이윤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사유재산을 침해하려 한다. 그게 바로 공산당이다”라고 말했다.

사태 마무리를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40대 남성은 “요즘 맘카페 들어가면 ‘생긴 것도 이상하게 생긴 게 가르치는 것도 이상하게 가르친다’고 모욕하더라”라면서도 “집단행동은 좀 힘들지 않을까 한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맞는 제도개선을 해준다면 우리도 맞춰주겠다는 입장이다. 다들 그렇게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원장 권모(64)씨는 “정부가 실컷 두들겨 팼으니 이제 손을 내밀지 않을까”라면서 “정부도 사립유치원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 같다. (한유총도) 폐원을 정부 압박카드로 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제 저는 폐원할 수밖에 없어요’라는 것이지 ‘폐원할 테니 두고 보자’는 투쟁 측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학부모단체는 한유총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계 부처 간담회를 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일재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이은항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공정위와는 유치원 집단행동 시 조사에 대해, 국세청과는 감사·비리 신고 조사결과에 대한 세무조사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와는 사립유치원이 폐원할 경우 원아 분산 수용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난 25일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관련 첫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학부모 등이 사회적 협동조합 유치원을 설립하면 시설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국가시설 등을 빌릴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규정’을 개정했다. 유치원을 세우려면 시설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학부모 참여형 유치원이 활성화되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 조치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공동대표 장하나·조성실)은 이날 한유총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한유총 측이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정책토론회’를 파행시키는 등 정부 주최 토론회 4건을 위력으로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고양=이도경 권중혁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