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은 종종 북한을 ‘선교의 처녀지’라는 하나의 렌즈로만 본다.”
한·미 간 외교정책 전문가인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30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2018 세계평화대회’ 토론자로 참석해 일부 기독교인들의 일방적 접근태도를 경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고는 북한을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대 나머지 모두를 흑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퍼 소장은 앞서 대회 주제 강연자로 나선 한국학 분야의 석학 데이비드 새터화이트 미국 템플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접근법엔 겸손함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새터화이트 교수는 한국 문제에 있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미국의 모습을 겸손함이 없는 ‘오만함’으로 표현했다.
페퍼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신념을 발전시켜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와 국제 협력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 철학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한국인에 대해 공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유일한 관심은 협상가로서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가능하다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 자신이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퍼 소장은 이번 대회 주요 논제 중 하나인 한반도평화시대 민간의 참여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에 접촉을 시도하는 많은 한국교회 역시 북한을 선교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무신론 국가인 북한과의 간극을 메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에겐 비기독교인들의 시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따르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야말로 한반도 화해의 길에 가장 훌륭한 안내자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쟁을 넘어 평화로, 평화는 공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5일간 열리는 이번 대회엔 페퍼 소장을 비롯해 16개국 22명의 평화 활동가 및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 겪은 화해 정책과 사례 등을 대회 기간 심포지엄과 워크숍 등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YMCA전국연맹 관계자는 “이번 대회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이루는 의미 있는 한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평화를 만드는 민간의 역할을 논의하고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평화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북한을 선교의 처녀지로만 바라봐선 안돼”
입력 2018-10-3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