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내걸고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한시적·시간제·비전형 근로자)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질 낮은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공공부문 외에 민간에서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일자리 창출의 중추인 민간 기업은 경기 악화, 최저임금 인상 부담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661만4000명에 이르렀다. 1년 사이 3만6000명 늘었다. 정규직 근로자는 1343만1000명으로 1년 동안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올해 8월까지 853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약 20%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책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간접 고용 근로자를 자회사 정규직 등으로 채용하면서 올해 8월 기준으로 비전형 근로자(파견·용역 근로자) 비중은 10.3%에 그쳤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반면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13.5%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간제 일자리는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기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상황에서 시간제 근로자 증가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또 다른 비정규직인 한시적 근로자 비중(19.1%)도 2012년(19.1%)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시간제·한시적 근로자는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에서 늘었다. 제조업의 시간제 근로자는 8월 13만명으로 지난해 8월(12만5000명)보다 5000명, 건설업의 한시적 근로자는 27만5000명으로 1년 전(26만9000명)에 비해 6000명 증가했다. 빠른 고령화로 60세 이상 근로자의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점도 비정규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60세 이상과 5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년 대비 각각 12만6000명, 1만9000명 늘었다.
한편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6∼8월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64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7만5000원) 증가했지만, 임금 수준은 정규직(300만9000원)의 54.6%였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임금 근로자 3명 중 1명 ‘비정규직’… 시간제 비중도 13.5%로 역대 최고
입력 2018-10-3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