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재상고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도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며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상고심과 그에 따른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신일철주금은 “배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본 정부가 가로막아 재상고했고,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5년 넘게 끈 배경은 박근혜 정권과의 재판 거래 의혹에 휘말려 있다. 총 13년8개월이 걸린 소송 도중 원고 4명 가운데 3명이 세상을 떠났다. 강제징용 피해를 입은 이들이 배상을 구하는 과정의 지난함에 다시 고통을 받았다. 양국 정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삶을 유린당한 이들이다.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를 기각한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과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이미 끝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일치된 대응을 주장하며 개별 기업의 배상까지 가로막았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 아래 내려진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배상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침략 행위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행태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진정 원한다면 독일 정부가 6500개 기업과 함께 2차 대전 강제동원 배상에 나섰던 선례를 이제라도 연구해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역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처럼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별적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을 택해 왔다. 대법원 판결로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확인됐다. 2012년 상고심 판결 때 바꿨어야 할 입장인데 5년을 끌었다.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과 외교 방침을 명확히 재정립해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지원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더 경색될 상황에 놓였다. 일본은 강경 대응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 사법부 판단을 외교 분쟁으로 몰고 가는 행태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와 안보가 중대한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저해하는 비이성적 사태로 치닫지 않게 관리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설] 13년 만의 강제징용 판결… 실질적 배상 이뤄져야
입력 2018-10-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