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이 지경인데 연말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나

입력 2018-10-31 04:0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북 군산과 경북 경주를 방문했다. 앞으로 전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나쁠게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공허하게 들린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실업과 양극화, 자영업자 몰락, 투자·소비위축, 성장률 하락 등에 이어 주가도 폭락해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리고 있다. 투자자들 중에는 부자나 큰손들도 있겠지만 일자리가 없어 생계형으로 주식에 투자했거나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도 많다. 주가 폭락은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글 수백 건이 올라와 있다. 집권 2년도 안 돼 나라 경제를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시켰다는 내용부터 경제팀을 당장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우리 경기선행지수는 17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미국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는 등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마저 빛이 바래고 있다. 정부가 북한만 바라보다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공들였던 북한 비핵화 문제마저 장기화되는 분위기여서 결국 문재인정부의 성적은 경제 문제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5000억원 규모의 자본시장 안정화 자금 조성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경제팀을 교체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그런다고 경제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말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더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처 간 또는 당정 간 정책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그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고, 우리 실력”이라고 말했다. 경제 사령탑으로서 아주 무책임한 발언이다. 본인은 잘하려고 하는데 여당이나 청와대가 문제라는 말투로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할 때나 할 법한 소리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어록이 될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요즘 조용하다. 장 실장은 연말이면 고용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해 왔다. 문 대통령은 연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때까지 경제가 더 망가지는 것을 보고 경제팀을 교체할 작정인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당장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