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방 시찰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 기간인 지난 17일 국방부 장·차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안보실장과 군 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강원도 철원 육군 5사단 GP 초소를 둘러봐서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 자격이라고는 하나 그는 장관급이다. 그런 그가 대통령 부재 중 지휘선상에 있지도 않은 장관과 장관급 인사와 군 지휘관을 대동하고 요란스러운 행사를 해 ‘대통령 행세’라는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다.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장관과 달리 2선에서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되 외부에 대해서는 ‘입은 있으되 말하지 않는 게 청와대 참모’라는 말이 청와대 내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지고 있다. 참모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 실장은 시찰 장면을 자신의 내레이션을 입힌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까지 올렸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 유튜브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실었다. 정치인 뺨치는 홍보다. 재선 의원 출신인 그가 2020년 총선과 그 이후를 겨냥해 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현 지위를 생각했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야당 지적대로 정치할 생각이라면 정당활동이 금지된 비서실장에서 사퇴하는 게 옳다.
고위공직자를 대동한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방 시찰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문제없다고 한다. 경고할 것은 경고하는 게 마땅한데 감싸고만 도니 임 실장이 ‘왕 실장’ 소리를 듣는 거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문 대통령 몫이다. 최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법 도입을 주장한 조국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도 시비 대상이다.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개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는 사람은 청와대 참모로서 부적격하다.
[사설] 임종석 실장, ‘대통령 행세’ 비판 들을 만하다
입력 2018-10-3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