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과 국감장 설전 벌인 한유총,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

입력 2018-10-29 18:02 수정 2018-10-29 23:21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 위원장 오른편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앉아 있다. 윤성호 기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기존 입장을 강변하며 의원들과 날을 세웠다. 한유총의 ‘국민 정서법이 무섭다’ ‘비리가 아닌 제도의 문제’ 등 변명에 여야 의원들은 질타를 쏟아냈다.

한유총 차원의 집단행동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처음학교로’(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참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학교로 참여 사립유치원은 15%(지난 24일 기준)에서 25%로 늘었다. 특히 서울의 참여율이 27.6%에서 60.5%로 껑충 뛰었다. 한유총이 완강히 거부해 온 시스템이어서 대오가 깨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을 직접 주문한 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9일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비리 사립유치원 사태에 대해 질의했다. 비리 사립유치원 실명을 처음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유총은 호주머니만 걱정하며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기름을 끼얹고 있다. 한유총의 유(幼)자가 기름유(油)자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비대위원장 본인도 유치원을 가족 기업처럼 운영하며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등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므로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모든 사립유치원을 비리 유치원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죄송하다”라고 입을 열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식이었다.

이 비대위원장은 또 “누리과정 지원금은 인건비와 조세공과금으로 냈고 한 푼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 회계는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 등이) 합쳐져 있어 확인하기 어렵다”고 되받았다.

한유총은 30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대정부 투쟁 방식과 수위 등을 논의한다. 학부모들은 집단휴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단체행동을 할 것인가”라고 묻자 이 비대위원장은 “안 할 걸로 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17개 시도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결과와 지도점검 결과를 추가로 공개했다. 지도점검 결과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감사를 통해 2325개 유치원에서 6908건의 비리가 적발됐고, 부당하게 사용된 액수는 316억618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지도점검으로는 5351개 유치원에서 9214건의 비리가 적발됐고, 65억8037만원이 부당하게 사용됐다. 지도점검을 통해 적발된 사례를 보면 서울의 A유치원은 1년간 원아 수 69명을 부풀려 유아학비 1712만원을 추가 지원받았다. 서울 소재 B유치원은 원아 1인당 현장학습비 9만원을 징수한다고 교육청에 허위보고한 뒤 실제로는 1인당 재료비 20만원과 현장학습비 20만원을 걷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적이거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재정이 지원되는 모든 보육·교육시설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등 근본적인 시정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공립유치원 추가 확충 등 공공성 강화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관계부처가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도경 강준구 심희정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