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자기 정치 한다”, 차기 대권 견제구 날리는 야권

입력 2018-10-30 04:00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른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임 실장은 지난 17일 장관들을 대동하고 선글라스를 낀 채(오른쪽 작은 사진)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현장을 시찰한 일로 ‘너무 나선다’는 비판을 받았다.뉴시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무장지대(DMZ) 선글라스 시찰’ 이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자기정치를 한다”며 ‘최순실’ ‘차지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이라는 직책과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이라는 이중적 지위가 빚어낸 풍경이라는 평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은 나서는 자리가 아니다”며 임 실장을 공개 비판했다. 임 실장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이던 지난 17일 장관들을 대동해 강원도 철원의 남북 공동 유해발굴 현장을 시찰했다.

손 대표는 “비서실장이 대통령 순방 중에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데리고 DMZ를 시찰하더니 청와대 홈페이지 첫 장에 임 실장 영상이 방영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며 “임 실장은 자기정치를 하려거든 실장 자리에서 내려와라. 국민들은 또 다른 차지철과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무슨 자기정치를 했느냐”며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으로서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문제없다는 의견이 많지만, 다소 무리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임 실장이 개인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너무 나선다’고 느낄 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다른 의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당시 이회창 국무총리가 보고 없이 군부대 시찰을 해 논란이 됐었다”며 “임 실장은 대통령 승인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장관급 3명을 데리고 갔는데, 그러려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갔어야 한다. 오버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임 실장 행보가 논란이 되는 것은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권 실세이긴 했지만 대부분 관리형이라 ‘차기 주자’로 꼽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당시엔 선출직에 전혀 뜻이 없었다. 반면 임 실장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고 40대에 이미 당의 요직인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정치적 기반이 탄탄해 차기 주자로 거론돼 왔다. 이에 따라 청와대 주변에서는 임 실장이 내년 초 개각 때 통일부 장관을 거치고 이후엔 대권 코스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배경이 정치 자산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도 행보마다 정치적 해석이 분분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다른 여권 대선주자들이 모두 영남 출신인 반면 임 실장은 여권 텃밭인 전남 장흥 출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선 다음 대선에서 호남 출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며 “최근 호남 출신인 이낙연 총리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예상외로 높게 나온 것 역시 이런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이형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