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거래업체 아마존은 지난 26일(현지시간) 3분기 영업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뉴욕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7.8%나 떨어졌다. 블랙록도 지난 17일 좋은 실적을 공개했는데도 주가는 4.4% 떨어졌다.
이들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절반가량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기대치 이상을 거둔 기업들의 주가는 정작 성적표 공개 전후 4일간 평균 1.5% 떨어졌다. 조사업체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물론 기대치 이하 실적을 보인 기업의 주가 하락폭은 3.8%로 더 컸다.
미국 투자자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에까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월스트리트 저널은 향후 경제에 대한 비관이 가장 크다고 29일 보도했다. 미국 투자자의 눈에는 기업의 호실적이 오히려 ‘불안한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9년간의 경기 활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걱정하는 셈이다.
JP모건이 최근 근로자 임금 및 소비심리 등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내년에 미국 경제가 후퇴할 가능성은 28%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60%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미국 신규주택 판매가 4개월째 줄어들고 자동차 판매도 급감했다는 점이 기업 실적보다 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효과’가 차츰 소진되고 있는 점도 내년 성장세 둔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안정성을 보여주는 골드만삭스 금융상황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는 이달 들어 급등해 100에 근접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연준이 최근의 금융 상황을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속도 조절론’이 대두된다. 연방기금금리(FF) 선물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달 초 80%를 웃돌았지만 최근 70% 아래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어닝 서프라이즈 미국 기업 주식도 하락, 비관적인 경제 전망 탓
입력 2018-10-29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