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을 맞아 전국 국립공원과 도립·군립공원 매표소에서 사찰들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 때문에 관광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국립공원 관련 민원 가운데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립공원 문화재관람료 폐지’ ‘국립공원 설악산 입장료 징수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 전면 폐지됐다. 공원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국립공원 직원들은 철수했다. 이에 따라 등산을 하면서 돈을 낼 필요가 전혀 없게 됐다. 그러나 사찰 관계자들이 이 매표소 등에서 등산객들에게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상당수 등산객들은 국립공원 입장료로 잘못 알고 돈을 내고 있다. 일부 등산객들이 매표소 앞에서 항의를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소송도 진행 중이다. 시민 70여 명이 몇년 전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도로 부지 중 일부가 사찰 소유라고 하더라도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된다”면서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관람료를 내야만 도로를 통행할 수 있게 한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천은사측은 지금도 계속 관람료를 받고 있다. 이 판결이 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과 도립·군립공원 총 64곳에서 사찰들이 관람료를 받고 있다. 한해 400억∼500억원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측은 문화재 유지 관리를 위해 이 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람료 수입 가운데 얼마가 어디에 쓰였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문화재 유지관리에 쓰였는지도 의문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만 받고 있어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찰이 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통문화보존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다. 가뜩이나 민생 경제도 어려운데 모처럼 가을산을 찾은 시민들의 짜증이 늘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생활적폐다.
[사설] 가을산 찾은 시민들 짜증나게 하는 사찰 관람료
입력 2018-10-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