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구 10만명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신도시 1단계 사업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자 경북도가 2단계 사업계획과 조성속도를 조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북도의회 박승직(경주) 의원은 최근 도의회에서 “3단계 사업이 끝나는 2027년까지 목표로 잡은 경북도청 신도시 인구 10만명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며 “2단계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도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북도 국정감사에서 “인구는 목표의 절반에 그치고 교통이 불편하며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며 “경북도청 신도시 2단계 사업의 성공여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경북도개발공사는 당초 경북도청이 이전한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 10.966㎢에 인구 10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단계(목표 인구 2만5000명)로 4.258㎢에 행정타운 조성을 2015년 완료했다. 이어 5.547㎢ 규모의 2단계(목표 인구 4만5000명) 공사에 들어갔고 2022년 준공이 목표인 이 사업의 현재 공정률은 10% 정도다.
하지만 조성이 끝난 1단계 사업을 통해 경북도청과 경북도의회, 경북교육청, 경북경찰청 등 공공기관과 아파트단지, 단독주택, 상가빌딩 등이 들어섰으나 목표인구 2만5000명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지난달 말 기준 신도시 주민등록인구는 1만2859명으로 목표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신도시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근 안동과 예천의 기존 도심에서 유입되면서 해당 지역의 도심 공동화가 심각한 문제로 노출됐다.
신도시 전체적으로 특색 없이 획일적인 건물만 들어서 있고 도로 폭이 좁아 벌써부터 교통체증이 유발되는 등 애초 도시계획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혈을 기울인 한옥단지는 69필지를 민간에 모두 판매했으나 분양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5필지에 한옥 5채만 들어섰고 나머지는 공터로 남아 있다.
경북도는 1단계 한옥단지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판단에 따라 2단계 한옥단지 계획을 백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2단계에서는 한옥 대신 유럽형 관광모델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42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건립하려던 구상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획을 접었다. 도는 2단계 공사의 경우 한꺼번에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신도시 조성 계획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청 신도시 1단계 사업이 사실상 실패하고 2단계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업주체인 경북개발공사가 이른바 ‘땅 장사’로 배를 불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은 “경북도가 경북개발공사로부터 지난 2년 동안 총 55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며 “경북도는 경쟁 입찰을 통한 최고 분양가로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분양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도청 신도시 1단계 사업이 높은 분양가, 실입주율 저조, 안동과 예천의 원도심 피폐화 등 문제점을 드러낸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신도시 조성을 주도해 온 경북개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530억원에서 도청 신도시 1차 사업이 끝난 2015년 이후 2016년 2600억원, 2017년 1151억원으로 늘었다. 경북개발공사는 또 2015년 6억3000만원, 2016년 5억원 등 최근 5년간 직원 및 임직원에게 연간 500만∼1000만원씩 총 30여억원의 인센티브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신도시 주민 박정연(55)씨는 “경북개발공사가 무제한 전매를 허용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업무 및 상업용지를 공급한 결과 투기세력의 각축장으로 변했다”며 “이렇게 형성된 토지가격은 높은 분양가로 이어져 중심상업지역 1층 상가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을 호가했고 그러다보니 임대료로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의 상가들은 아직 공실로 남아있고 임대가 이뤄진 곳도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신도시 인프라 구축을 방해한 가장 큰 요인으로 무제한 전매 허용이 꼽히고 있는 셈이다. 투기세력을 불러 모아 분양가만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정감사에서 “2단계 사업은 종합적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는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은 2단계 사업 조성 방안을 새로 구상하고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할 방침이다.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각종 편의시설 확충에 필요한 부지가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유관기관·단체 이전과 주민 편의시설이 적기에 건설되도록 민간자본 유치에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2단계 재검토 ‘발목’… 道, 사업 방향 못잡고 우왕좌왕
입력 2018-10-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