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윗선’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임 전 차장의 범죄 사실이 사실상 상당 부분 인정된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공범으로 적시된 전직 법원행정처장(대법관)들 소환조사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8일 임 전 차장을 구속 하루 만에 곧바로 소환해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2017년 3월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으로 있으면서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6개 이상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 등의 지시를 받아 재판거래·법관사찰 등을 저질렀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전직 행정처장들도 다수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고 보고 임 전 차장 구속영장 청구서에 공범으로 적시했다. 특히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까지 가기 전 길목인 전 행정처장들은 행정처 업무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다. 임 전 차장을 잡은 검찰의 칼날이 향할 바로 다음 단계인 셈이다.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11월 중순 전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처장(2014년 2월∼2016년 2월 재임)의 경우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 공관에서 회동하는 등 ‘박근혜 청와대’와 긴밀히 연락하며 해외 법관 파견을 대가로 일제 강제징용 재판의 지연·파기 계획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전 처장(2016년 2월∼2017년 5월)은 2016년 9월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에서 당시 청와대에 유리하도록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있다. 차 전 처장(2011년 10월∼2014년 2월)은 임 전 차장이 기조실장이던 2013년 12월 김 전 비서실장과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재판을 지연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윗선 혐의와 모두 얽혀 있는 임 전 차장은 그동안 혐의 대다수를 부인해왔다. 구속 직후에는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구속에 대한 판단을 재요청하는 ‘구속적부심’ 청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그가 최장 20일간 구속 상태로 조사받으면서 심경 변화를 일으켜 윗선 지시 여부를 밝힐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앞서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고 적시했다. 법원이 임 전 차장의 혐의점을 대다수 인정한 만큼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임 전 차장 측이 끝까지 윗선 수사에 대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가 험로를 걷게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성패에 피의자 협조 여부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통상 수사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임종헌 구속 檢… 영장 속 ‘윗선’ 규명 탄력
입력 2018-10-28 18:46 수정 2018-10-28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