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예산안’ 1일부터 심사… 일자리·남북협력 예산 격돌 예고

입력 2018-10-29 04:05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

여야가 다음 달 1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정부가 470조5000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 예산을 두고 여야 간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용세습 국정조사,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등 예산안 외 쟁점들을 둘러싼 대치도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예산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상태다. 특히 일자리 예산은 올해 19조2000억원에서 22.0% 늘어난 23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를 통해 노인 일자리 61만개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9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자리 예산을 ‘장하성 예산’ ‘세금중독 예산’ 등으로 규정하고 대폭 삭감할 방침을 밝혔다. 나아가 각종 고용지표 악화를 앞세워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한 일자리 예산을 증액시켜 제출한 것은 이 정권의 오기”라며 “세금을 투입한 일자리 예산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는 게 판명됐다.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일자리 예산 증액에 반대하며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일자리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으로 보고 야당의 삭감 공세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된 남북협력기금 역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반대로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자체적으로 비준했기 때문이다. 보수야당은 평양선언 비준의 적절성을 문제 삼고 판문점선언의 정확한 비용 추계를 요구하며 남북협력기금 삭감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예산 정국에서는 ‘장외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야3당이 추진하고 정의당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고용세습 국정조사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을 합의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두고 여당과 제1야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전에서 여야 대치가 심화될 경우 예산안 심사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29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다시 한 번 각 당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다음 달 5일에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도 예정돼 있다.

국회 예결위는 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종합정책 질의와 부별 심사 등을 거쳐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다음 달 30일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등 주요 예산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법정 기한을 넘겼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