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건설 동반부진 경고등… 고용·투자 절벽 가시화
반도체 중심 수출 버티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낙관 어려워
정부, 이해관계 조정 잇단 실패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고전 중이다. 주력 성장엔진인 제조업의 경기는 지난해 말부터 삐걱거린다. 회복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고용·투자 절벽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이 고군분투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글로벌 경쟁 심화로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경기와 기업 실적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고스란히 금융시장으로 옮겨간다.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인 금융시장은 공포에 질려 있다. 증시에선 외국인투자자가 ‘셀(sell) 코리아’ 급류를 탔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급속히 얼어붙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규제 완화에서) 더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솔직히 가지고 있었다. 이게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며 자조 섞인 말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고음은 지난해 말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2.8% 감소를 기록했고, 2분기 간신히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폭은 0.5%에 그쳤다. 건설업 생산 역시 분양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 부진은 고용·투자 침체를 불렀다. 올해 7,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전년 동월 대비)은 1만명을 밑돌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5월 3.5% 감소한 데 이어 6월부터는 10%대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도 2월부터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덫’에 빠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수출. 그중에서도 반도체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반도체 수출액(누적)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언제까지 기댈 수 있을지 모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도전에 직면할 날도 멀지 않았다.
‘경제심리’는 이미 곤두박질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1월 100.8에서 8월 99.4까지 떨어졌다. 향후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100) 아래로 내려앉았다. 기업 실적과 향후 경기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한겨울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315.92포인트(13.48%) 급락했다. 한 달 만에 209조8510억원이 증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내려잡는 등 국제기구들은 앞 다퉈 비관적 수치를 내놓고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급격한 정책 추진이 기업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대외경제 상황까지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기업들이 새로 투자하거나 고용을 늘릴 여력이 없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공공부문 중심의 투자 활성화, 단기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역부족이다. 규제 혁신으로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정부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연거푸 실패하고 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안팎 악재에 정책 부재… 공포 번지는 한국경제
입력 2018-10-2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