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오와 적개심으로 광장 물들인 촛불 2년

입력 2018-10-29 04:03
촛불집회 2주년을 맞아 지난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 촛불 찬반 집회 및 시위가 열렸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2주년 기념대회’를 주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촛불 민의가 수많은 적폐에 막혀 있다며 더욱 강력한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반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맞불시위를 했다. 2016년 10월 2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항의해 첫 촛불집회가 열린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측은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상황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하나의 주의, 하나의 주장만 존재하는 사회는 전체주의다. 민주주의 요체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토론과 타협을 거쳐 공통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은 상대를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럼에도 양측이 서로를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타도의 대상으로만 여기니 타협은 없고 혐오는 쌓인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주장은 위험하다. 여론의 지지 또한 받기 어렵다. 적폐 청산 작업의 속도와 수준이 기대에 크게 미흡하더라도 초법적 발상을 주문하는 건 촛불정신에 반한다.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가 소추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쿠데타라고 하는 태극기부대 주장도 법치를 부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태극기부대가 보수와 구분되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음과 숯은 섞이지 않는다. 극단적 촛불 찬반 세력이 그렇다. 억지로 섞는다고 섞이지도 않을뿐더러 섞으려고 해봐야 갈등만 더 커진다. 양측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행동과 주장이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관리와 노력이 절실하다. 양 극단의 주장을 좀 더 가운데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가 역할을 분담해 양 극단의 주장과 행동을 법 테두리 내로 이끄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촛불 찬반 세력은 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