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면

입력 2018-10-30 00:07

가나안 땅에 들어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얻은 토지를 분배해야 했습니다. 이 일은 여호수아가 마무리해야 하는 막중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 토지분배는 각 지파 간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얽혀있는 문제였습니다. 땅은 삶의 터전이기에 더욱 민감합니다. 더구나 사람이라면 좋고 넓은 땅을 가지려고 하지 쓸모없는 토지를 원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공동체가 분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첨예하고 불편한 토지분배 앞에선 아무리 믿음이 좋고 지도력이 뛰어난 여호수아라 해도 난감하고 곤란했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각 지파가 만족스럽고 불평이 안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날마다 고민하며 기도했을 겁니다. 분배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분배 원리를 설명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였을 겁니다.

그때입니다. 갑자기 갈렙이 나섭니다. 갈렙은 토지분배에서 우선권을 주장했습니다. “그 날에 모세가 맹세하여 가로되 네가 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온전히 좇았은즉 네 발로 밟는 땅은 영영히 너와 네 자손의 기업이 되리라 하였나이다.”(9절) 갈렙이 원한다면 그 누구라 해도 딴 소리를 못한다는 확실한 증언입니다. 갈렙의 말대로 갈렙 자신이 원한다면 모세의 약속대로 이스라엘 공동체는 무조건 순종하고 따라야 했습니다. 나이도 이스라엘 백성 중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가장 좋은 땅을 가지겠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산지로 가겠다”고 합니다. 이 산지는 앞서 정탐꾼들이 “거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거기서 또 네피림 후손 아낙 자손 대장부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의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민 13:32∼33)고 했던 땅입니다. 가장 취하기 어렵고 험한 산지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어느 누가 자기에게 주어진 특별 분양권을 마다하고 가장 험한 곳을 선택할까요.

갈렙 역시 정탐꾼과 함께 45년 전 이 땅을 봤습니다. 그와 여호수아만이 “심히 아름다운 땅이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다”며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 밥이라.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 말라”고 했습니다.

그 믿음은 85세 노인이 돼서도 같았습니다. “그 날(45년 전)에 들으셨거니와 그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혹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필경 여호와의 말씀하신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12절)

광야에서 45년을 방황하는 동안 여호와 하나님께서 갈렙을 살아있게 하신 것은 그가 해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은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은 한결같은 갈렙입니다. 조금의 의심도 없고, 조금의 두려움도 없습니다.

주어진 특권을 포기한 갈렙은 “나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충성하였으므로”(8절)라고 말합니다. 충성은 히브리어로 ‘말레’라고 합니다. 채우다, 충만하다, 만족시키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본문 14절 말씀에 나오는 ‘온전히’도 말레입니다. 모두가 내 것을 찾을 때 하나님 나라와 그 뜻을 위해 자신의 우선권을 내려놓았던 갈렙에게 하나님은 놀라운 축복을 부어주십니다. 이스라엘을 이방의 지배로부터 건져낸 첫 번째 사사가 그의 사위 옷니엘입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과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보여줍니다. 주님이 함께해 주시기에 그분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 이 산지를 가질 것이다”라고 고백한 갈렙처럼 여호와 하나님을 온전히 좇는 말레의 성도가 되길 바랍니다.

림경택 충주 종려나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