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자급률 22%·옥수수 3%… 쌀 수급 매달리다 ‘식량 주권’ 놓친다

입력 2018-10-26 04:00

‘식량 주권’이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다. 1970년대만 해도 70∼80%를 유지하던 곡물 자급률은 50% 아래로 추락했다. 정부가 각별히 신경을 쏟는 쌀을 제외한 보리, 옥수수, 콩은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 산지의 작황이 국내 물가나 수급에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종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과일 품종의 대부분은 외국산에 의존한다. 사과·배 종자 가운데 80% 이상은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다. 이에 따라 주요 품목의 국산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곡물 자급률은 48.9%에 그쳤다. 국내에서 소비한 곡물의 절반 이상을 수입한 것이다. 곡물 자급률은 1966년 100%를 기록한 이후 점차 떨어져 2000년대 들어 50%대까지 주저앉았다. 2011년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고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식인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이 문제다. ‘보릿고개’라는 단어의 주인공인 보리가 대표적이다. 1988년만 해도 보리의 국산 자급률은 119.5%나 됐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보리 자급률은 26.0%까지 추락했다. 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중에서 소비된 물량의 22.0%만 국산이었다. 1960년대에 자급률 100%였던 옥수수는 아예 외국산이 시장을 점령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물량의 96.7%가 수입산이다.

외국산 의존도가 높을수록 식량 주권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이 해외 생산량과 가격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2010년 러시아와 인도 등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해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 한국 시장은 위험에 노출됐었다. 여파는 이듬해 찾아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콩 가격 상승으로 2011년 2월 기준 두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8%나 올랐다. 밀 가격 상승은 빵 가격을 전년 동월 대비 7.1% 끌어올렸다.

여기에다 종자에까지 외국산이 국산을 대체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사과와 배는 외국산 종자가 장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는 18.9%(지난해 기준)만 국산 품종이다. ‘홍로’와 같은 국산 품종 대신 외국산 ‘아오리’ 등이 폭넓게 재배되고 있다. 배는 더 심각하다. 국산 품종 비율이 13.8%(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10월 중하순에 수확하는 ‘신고’ 같은 외국산 품종이 국산 품종을 압도하고 있다.

외국산 종자의 비중이 높아지면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외국기업에 매년 상당한 금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유전자변형(GM) 감자를 수입하려 했던 것에서 보듯 종자·식량 주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