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는 한유총 “정부 발표 충격적, 개별 폐원 막을 수 없다”

입력 2018-10-25 18:22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가 25일 내놓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사립유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보다 높은 수위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패닉에 빠졌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정부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냉담한 여론을 의식한 듯 집단행동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개별 유치원의 휴업이나 폐원은 막을 수 없다”고 언급해 보육대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유총은 입장문을 통해 “너무 충격적인 정부 조치에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이 사립유치원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우리는 유아학비를 학부모에게 지원해주고 사립유치원을 위한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10년간 요구해 왔다”며 “(이번 대책은) 수십년간 유아교육에 헌신해 왔던 설립자와 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한유총은 “내부 의견을 수렴해 추후 방향을 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여론 추위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유치원 사이에서는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거부하자”는 분위기까지 확산되고 있다.

집단행동 대신 개별 유치원들이 자발적 휴·폐업에 나서는 식의 대응 기류도 읽힌다. 한유총 관계자는 “우리가 폐원하라고 명령하지는 못하겠지만 유치원들이 스스로 폐원하는 건 막을 수 없다”며 “부산지회와 같은 집단휴업 움직임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원생 200명 규모의 한 유치원 원장은 “신입생을 받지 않고 기존 원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만 유치원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주위의 다른 유치원들도 심각하게 휴업이나 폐원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다른 유치원 원장도 “원장들끼리 모여 폐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정부는 폐업이나 휴원 움직임에 강력 대응키로 하는 등 유치원 반격을 원천봉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유치원의 유아 전원이 분산 배치됐을 때에만 폐원 인가를 내주고, 인가 없이 임의로 폐원하는 유치원은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 폐원은 관할 교육지원청 인가사항이고, 학기 중 폐원도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단체가 휴원이나 모집정지 등 집단행동을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을 감시하는 ‘유치원 긴급 상황 지원시스템’을 구축,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현장지원단도 급파하기로 했다.

유치원이 개별적으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길 시 정원감축 등 행정처분을 한다.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모집을 중단·지연하거나 집단휴업·폐원하는 유치원이 운영개시 명령을 어겼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폐원을 희망할 때는 학부모운영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고, 폐원 시 유아를 다른 기관에 옮기도록 하는 의무규정도 유아교육법에 넣기로 했다.

정부는 유치원들이 실제 모집정지 등 행동에 나섰을 경우를 대비해 원아 분산 수용 계획도 세웠다. 국공립과 사립어린이집에서도 원아를 받고, 공공시설 유휴시설을 빌려 공립유치원을 긴급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유치원 시설 확보와 운영에 드는 돈은 교부금이나 예비비로 충당키로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