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내민 유치원 개혁 6종 세트, 한국당은 ‘침묵 모드’

입력 2018-10-26 04:02

정부와 여당이 25일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사립유치원이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강력 반대해온 정책이 총망라됐다. 특히 국공립유치원 확충 일정을 앞당긴 것과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에듀파인) 의무화는 사립유치원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비리를 방조했다는 질타를 받던 상황이라 무관용 원칙이 적용됐다. 앞으로 개혁의 변수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태도와 2020년 총선까지 촉박한 정치 일정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국공립유치원 확대 계획 변경이다. 유치원 학부모라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정책이다. 정부는 애초 내년 3월까지 국공립 학급 500개를 만들 계획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 9월에도 500개 학급을 추가하기로 했다. 내년에만 국공립 학급이 1000개 늘어난다. 학부모 요구를 수용해 급하게 추가했다. 그래서 구체성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유치원 학부모나 예비 학부모들이 환호할 만한 내용이지만 실제 혜택으로 돌아갈지 장담하긴 이르다. 2017∼2018년 국공립 학급은 1만395개에서 1만896개로 501개 증가했다. 하지만 수용 원아는 17만2521명에서 17만2553명으로 32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유아 교육 수요가 많지 않은 곳에 국공립 증설이 집중된 결과다. 사립유치원의 저항에 교육 당국이 눈치를 살핀 결과란 분석이다. 내년 추가되는 학급 500곳이 어디에 만들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유치원생을 볼모로 벌이는 집단행동을 틀어막을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간 ‘사립유치원 집단행동→학부모 피로도 증가→정부 압박→개혁 후퇴’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사립유치원들이 원아 모집을 중지하면 공립유치원을 긴급 확충한다. 유치원이 집단 휴원하거나 폐원할 경우 형사 고발을 예고했다.

관건은 한국당의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당론으로 ‘비리 유치원 근절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국회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반면 한국당은 여전히 ‘침묵 모드’다. 대다수 의원들은 여전히 입장 밝히기를 주저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공분이 줄어들면 개혁 동력은 약화된다. 국민적 공분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의 침묵이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교육계에서는 한국당이 그간 사유재산 침해에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비리로 문을 닫는 대학의 잔여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일명 ‘서남대법’을 막고 있는 사례를 든다. 교육부가 지난 2월 국회에 올렸으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원회로 넘어가 감감 무소식이다. 사립유치원은 자영업적인 요소가 강하다. 법적으로는 학교지만 개인 사재를 털어 유치원을 설립하고 그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고 회계를 투명화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당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시간은 촉박하다. 교육계에선 내년까지 유치원 개혁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법안은 누더기가 되고 국공립유치원 확충 등도 ‘눈 가리고 아웅’이 될 수 있다. 선거 때 극대화되는 사립유치원의 로비력과 동원력 때문이다. 2020년 4월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여당도 지역의 ‘빅 마우스’인 사립유치원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개혁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마지막 대책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내부에 존재한다. 앞으로 시·도교육감과 더 구체적인 후속 대책을 논의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신재희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