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0.6%, 올해 2.7% 성장도 불안불안

입력 2018-10-26 04:05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이어 0%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인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차츰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마저 꺾이면 올해 성장률 2.7%(한국은행 전망치) 달성도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00조2346억원으로 2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올해 1분기 1.0%에 턱걸이했으나 2분기부터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3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 2.0%다. 2009년 3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2분기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중심으로 호조세를 이어간 수출이 3.9% 증가한 걸 제외하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쪽은 성장기여도가 -1.1%에 그쳤다. 2011년 3분기에 -2.7%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의 경우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0.3%에서 0.6%로 늘었지만 1분기(0.7%)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정부소비가 1.6% 늘었지만 경기 회복에 보탬이 되지 않는 건강보험급여비 등 경직성 경비 지출이 대부분이었다.

내수 경기의 활력을 떨어뜨린 것은 문재인정부 들어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혀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축소, 올해 7∼8월 맹위를 떨친 폭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다. 올해 3분기 건설투자 증감률은 2분기 대비 -6.4%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 미래 성장을 견인할 설비투자 증가율(-4.7%)은 2분기(-5.7%)에 이어 최악의 상황을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생각하면 0%대 중후반 성장률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며 성장전망 경로에 있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올해 4분기에 성장률이 3분기보다 높은 0.8%를 달성해야 올해 전체로 2.7% 성장이 가능하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파장이 실물로 본격 전이되는 점이 큰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새벽 경제보고서인 베이지북을 내고 처음으로 “관세 영향이 현실화됐다”고 보고했다.

국내에선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을 규제하다 지난 24일에는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 등 건설경기 진작대책을 발표하는 등 ‘엇박자 정책’을 내놓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한은이 다음 달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소비심리마저 얼어붙고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