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기독교는 바로 이런 것이지. 그 시대의 문화를 거스르는 대담한 삶을 몸소 살아낸 사람들이 진짜 그리스도인이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이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70쪽짜리 작은 책이지만 전작처럼 역시나 강력하다.
이 책은 1세기 로마에 사는 주인공 푸블리우스가 평범한 일상의 하루에 대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푸블리우스는 우연히 새로운 종교 모임을 방문했다가 그들이 믿는 신을 접했다. 처음엔 결코 매력적이지 않던 그 신을 받아들인 결정적 이유는 무얼까. 푸블리우스는 “이 신을 믿고 그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됐는지가 보였다”고 적었다.
푸블리우스는 새로운 신앙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기 위해 ‘가족과 일과 사회생활이 뒤섞인 아주 전형적인 하루’를 묘사하기로 한다.
“우리의 새로운 신앙이 여자아이를 남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신에게 동등하게 중요한 존재로 본다는 사실을 깨닫고” 딸도 아들처럼 학교에 보낸다. 얼마 전 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돕고 노예들과 한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목욕탕에서 음담패설을 나누는 사람들 무리에서 조용히 부부간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가 하면, 당대 만연한 동성애 관행으로부터 아들을 떼어놓을 방법을 찾기도 한다.
신현기 IVP 대표는 역자후기에서 “이 책을 ‘간증’으로 읽었다”며 “일상사야말로 가장 정직하고 정확한 간증이다”라고 적었다. 원서에는 없는 ‘일상어 목록’을 별도로 넣은 것은 기독교 신앙이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단숨에 읽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장 한 장 차분히 곱씹으며 생각해볼 대목이 가득하다. 2000년이 흐른 지금,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 원형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와 있는 걸까. 당장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저마다 갖게 된 생각들을 나눠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저자의 ‘예배-일상-선교’로 연결되는 1세기 3부작의 두 번째 책으로 지난해 출간돼 주목받았던 첫 번째 책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한 손에 쏙 잡히는 책]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 원형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와 있을까
입력 2018-10-2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