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고(Let’go)’라는 유언을 남기고 별세한 유진 피터슨 목사(1932∼2018). 우리 시대에 이만한 목회자를 가졌다는 것은 특권이었다. 85년의 삶을 몇 개의 문장과 글로 담을 수는 없다. 더욱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면 그의 인생을 요약하기란 곤혹스럽다. 마침 피터슨 목사는 30여권의 저작을 남겼다. 그가 삶과 고민, 신앙을 쏟아 부은 책들에서 ‘피터슨 알기’를 시작해도 좋겠다. 성경 읽는 방법을 서술한 ‘이 책을 먹으라’(IVP)에서 그가 언급한 것처럼, 독자들은 그의 글을 ‘맛보고 음미할’ 수 있다. 피터슨 목사의 책은 전 세계적으로 번역됐지만 특히 한국에선 대부분의 책이 번역, 출간됐을 정도로 많이 소개됐다.
기독교 영성으로 형성되는 삶을 추구
피터슨 목사의 관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영성을 성경을 통해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과 목회자들의 목회자로서 책무와 사명을 강조한 것이다. 성경 말씀의 탐구는 피터슨 목사의 평생 작업이었다. 그는 목회를 하면서 신자들에게 ‘읽히는’ 성경을 제공하기 위해 현대어로 갈라디아서를 번역, 회중들과 함께 읽고 공부했다. 이는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메시지’(복있는사람) 성경이 나오는 계기가 됐다.
‘메시지’를 필두로 ‘모세와 함께 드리는 매일 기도’ ‘선지자와 함께하는 기도’ ‘누가와 함께하는 기도’ ‘유진 피터슨의 기도학교’(죠이선교회)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한 길 가는 순례자’ ‘묵시, 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 ‘주와 함께 달려 가리이다’ ‘응답하는 기도’(IVP) ‘친구에게’ ‘거북한 십대, 거룩한 십대’ ‘시편으로 드리는 매일 기도’ ‘복음서로 드리는 매일 기도’(홍성사) ‘아침마다 새로우니’(복있는사람) 등이 성경 말씀을 탐구한 책에 해당된다.
피터슨 목사가 추구하는 영성은 ‘현실, 하나님의 세계’(IVP)에서 나타난다. 그가 말하는 영성이란 평범한 사람들도 하나님이 계시하시는 대로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서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성은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일상에서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 자체라는 의미다.
그는 자본과 소비주의에 물든 미국을 예로 들면서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했다. 이는 회고록 ‘유진 피터슨’(IVP)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나는 내가 미국인이라서 좋다. 그러나 미국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문화에서는 매서운 경계심이 필요하다. 내 소명을 지키려면 말이다. 예수님을 합당한 방법으로 따르려는 사람에겐 너무도 위험하고 해로운 문화적 오염물질로부터 내 소명을 지키려면 말이다. 나는 내 개인적 삶이나 하는 일 모두가 하나님과 성경과 기도로 형성되기를 원했다.”
피터슨 목사의 강점은 바로 이런 영성을 성경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10권이 넘게 그의 책을 번역한 양혜원씨는 4년 전 ‘유진 피터슨 읽기’(IVP)를 펴내고 한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터슨 목사는 신자들의 삶 속에 성경 얘기를 끌어온다. 그런데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성경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목회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뤄진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피터슨 목사를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묘사했다. 이 명칭은 그의 대명사가 됐다. 그만큼 목회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서는 목회’(좋은씨앗)에서 그는 “목회사역은 분리나 중립, 고의적인 고립, 또는 이원론적 내세관을 싫어한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로 목회”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 목회자를 향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고 돕기를 원했다. 29년의 목회를 마친 뒤에는 기회가 날 때마다 목회자를 상대로 강연과 집필에 나섰다. 영성신학자인 마르바 던과 공동으로 집필한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를 비롯해 ‘균형, 그 조용한 목회 혁명’ ‘성공주의 목회 신화를 포기하라’ ‘목회 영성의 흐름, 주일과 주일 사이’ ‘하나님의 신비에 눈뜨는 영성’(좋은씨앗) 등은 목회자들을 향한 그의 애착을 보여준다.
그의 마지막 저작이 된 ‘물총새에 불이 붙듯’(복있는사람)은 목회자의 제일사명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책은 신자들이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말과 행동의 일치를 이루며 살 것인지를 가르쳐준 설교집이다. 서울 남포교회(최태준 목사)는 지난 8월과 9월 신앙성장을 위한 추천 도서로 이 책을 선정했다. 이 교회 박영선 원로목사는 “읽을수록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라는 추천의 말을 달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영성을 성경 통해 쉽고 편한 이야기로 풀어내다
입력 2018-10-2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