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처방전을 내놨다. 한국 경제가 앓고 있는 '고용·투자절벽'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단기 일자리 5만9000개 창출, 유류세 인하 등 장·단기 정책수단을 망라했다. 정부의 절박함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 대응방향 등 혁신성장과 고용대란 타개를 위한 '알맹이'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 '투자' '혁신'이다. 올해 7∼9월 취업자는 5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규제혁신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평상시에는 꺼리는 정책수단까지 동원했다"(기재부 고형권 1차관)고 밝혔다.
그러나 꺼내든 카드는 진부하다. 정부는 올해 남는 세금을 이용해 5만9000개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 방침이다. 공공기관을 활용해 '일거리'를 만들어 '일자리'를 쥐어짜는 식이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청년인턴제로 단기 일자리 31만개를 만들겠다는 이명박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닮은꼴이다. 10년 만에 단행되는 한시적 유류세 인하 방안 역시 중장기적 경기 회복 정책과 거리가 멀다.
투자 활성화 대책은 박근혜정부의 '무투(무역투자진흥회의) 방식'과 유사하다. 정부는 대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민원을 해결하는 차원으로 접근해 내년 상반기까지 '2.3조원+α'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공유경제, 스마트헬스케어 확산을 위해 핵심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하며 "규제 문제에서 지금은 애로사항이 있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용기 있게 부딪혀 슬기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경제는 최근 불거진 '카풀과 택시의 갈등'에 맞닥뜨려 있고, 스마트헬스케어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을 놓고 수년째 공회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책조정 능력 부재를 노출했다. 규제 완화라는 방향만 있는 '말로만 혁신'이란 비판마저 나온다. 공유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연내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카풀 서비스와 관련해 이해당사자인 택시업계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기존 운수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스마트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의 범위·기준을 명확히 해 혁신의료기술을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정부가 올해 초 혁신성장 과제로 제시했다가 아직까지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의료서비스를 둘러싼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이유로 국회에 미뤘다.
탄력근로제 개편도 같은 상황이다. 정부는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연내에 구체화한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 단기기간을 6개월로 할지, 1년으로 할지 확정하지 못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알맹이 없는 정부의 ‘고용·투자절벽’ 긴급 처방전, ‘말로만 혁신’
입력 2018-10-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