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경찰 조사 받은 날도 괴롭혀… 감옥에서 나오면 저희들 목숨 위험”

입력 2018-10-24 21:46

“엄마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날에도 아빠는 간단한 경찰 조사만 받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아빠가 나중에 감옥에서 나온다면 그땐 저희 세 자매의 목숨도 위험해집니다.”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남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A씨(47)의 둘째 딸 김모(22)씨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발인식이 진행된 이날 오후 8시까지 A씨의 큰딸이 전날 게재한 ‘극악무도한 범죄자인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는 제목의 글엔 8만6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김씨에 따르면 A씨는 전 남편과의 동거·결혼 생활 25년 동안 폭력에 시달렸다. 김씨는 “엄마가 2015년에 이혼하고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바꿨지만 아빠는 어떻게 알고 항상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가 엄마를 찾으며 맥주병을 깨고 자해를 해서 경찰을 불렀지만 경찰은 ‘이것만으론 처벌이 없다’며 돌아갔다. 어차피 신고해도 약하게 처벌받거나 금방 풀려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보복이 무서워 신고도 잘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그런 세월은 결국 엄마의 죽음으로 끝났다”며 “아빠가 30년 징역을 산다고 하자. 그러면 30년 후엔 우리 자매와 미래의 내 자녀들이 위험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래도 ‘친아빠’라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던 첫째 언니가 오죽했으면 ‘아빠를 사형해 달라’는 글을 올렸겠느냐”며 “언니는 사건 전날까지도 아빠와 술잔을 기울였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A씨의 전 남편 김모(49)씨가 사건 전날 범행 장소를 서성였고 흉기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된 범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