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면서… “명단 공개 안돼” 뻔뻔한 한유총

입력 2018-10-25 04:00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돼 너무나 참담하다”며 “설립자 지위를 보장할 유아교육법과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25일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윤성호 기자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4일 자정 노력 계획이 담긴 입장을 내놨다. 자체적으로 비리 제보를 받아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교육 당국의 감사와 명단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유총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의 사립유치원 비리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여론전 성격이 짙었다.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아들을 믿고 맡겨주신 학부모들께 실망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과로 말문을 열었지만 이후에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제의 원인을 교육 당국으로 돌렸다. 이 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된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에서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유치원을 운영하기 위해 투입한 사유재산에 대한 보장이 없는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설립자들의 지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유아교육법과 사립유치원 현실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법과 제도가 마련된다면 앞으로 사립유치원은 투명하고 공정한 회계를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유총은 ‘청렴도 향상 추진계획’을 내놨다. 법률 전문가와 학부모 대표, 감독관청이 참여하는 비리신고센터를 연중 운영키로 했다. 신고 접수된 내용은 한유총이 현장 감사를 벌인다. 학부모와 부패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채널도 운영하기로 했다. 명절에는 선물 안 주고 안 받기운동을 추진한다. 매년 3∼4월에는 청렴실천 다짐대회를 개최한다. 청렴실천 다짐선서, 청렴교육을 실시한다.

반응은 싸늘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한유총은 여전히 물귀신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부 직원들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거나, 비리로 처벌받은 교육 공무원들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특히 일부 유치원은 집단 휴원이나 폐원 엄포를 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개혁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다. 당정협의가 끝나면 유 부총리와 김 정책위의장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