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은 물론 법조계 종사자들 상당수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기왕이면 전관 변호사 선임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찰·검찰 수사 절차에서는 불기소를 기소로 바꿀 만큼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이 있다는 인식도 높았다. 다만 판사들은 전관이어서 예우하는 일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2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 연구용역을 받아 진행한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결과’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에 보고했다. 연구진은 지난 6∼10월 법조직역 종사자 1391명과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1014명, 국회의원 등 9개 직군 전문가 34명을 상대로 법조계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도 등을 조사했다. 법조직역 종사자에는 판검사, 변호사뿐 아니라 법원, 검찰,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무를 하는 직원들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법조계 종사자 10명 중 5명 이상(55.1%)이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 있다고 응답했다. 일반 국민(41.9%)보다 수사와 재판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법조계 종사자들이 전관예우를 더 현실로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인식은 실제 변호사를 선임할 때 전관 선호로 이어졌다. 법조계 종사자 43.6%가 ‘비슷한 조건이라면 전관 변호사를 선임(권고)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역시 일반 국민(36.3%)보다 더 높은 응답률이었다.
그러나 법조계 종사자 안에서도 유독 판사들의 인식은 달랐다. 조사에 응한 판사 절반 이상(54.2%)이 전관예우가 없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 역시 전관 변호사 선임은 선호했다. 이유는 ‘전관이 실력이 좋을 것’(57.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검사들의 경우 ‘최소한 재판 진행과정상, 절차상 편의를 배려해줄 것이라는 생각’(39.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관 변호사에 대한 부당한 특혜가 가장 우려되는 절차로 검찰 수사단계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법조계 종사자 전체에서 58%가 검찰 수사 단계를 꼽았고, 이어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 경찰 수사, 형사 1·2심 재판 단계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 또는 수사 절차에서 전관 변호사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법조계 종사자 60.9%가 ‘혐의 사실에 대한 결론, 즉 기소·불기소 여부를 바꾸는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서는 판사와 변호사 등도 인식이 비슷했다. 다만 검사의 74.6%는 ‘결론을 바꾸는 영향이 없다’고 응답해 인식차를 보였다.
전직 판검사였다는 전관 여부보다 학교나 근무 등 연고가 있는 경우 영향력을 미치는 연고주의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어떤 연고 관계가 주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더니 ‘선후배 동료로서 가까운 관계의 판검사’(91.7%), ‘상급자로 모시던 판검사’(91.2%) 등을 꼽았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전관 변호사, 수사·재판에 영향력”
입력 2018-10-2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