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 어린이집 CCTV 열람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스스로를 워킹맘이라고 밝힌 카페 회원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갑자기 거실로 뛰쳐나가 우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CCTV를 열람하고 싶다”고 썼다.
그러자 “CCTV를 확인하려면 퇴소를 각오하라”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단 회원은 “CCTV 열람 후 두 달 뒤 그 어린이집을 그만뒀는데 그 기간이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처음 글을 올린 회원은 시간이 지난 뒤 “2개월분을 보고 싶었는데 원하는 만큼 (CCTV를) 보지 못했다”며 “결국 어린이집을 나왔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규정이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해 2015년 마련됐지만 부모의 CCTV 열람은 쉽지 않다. 법을 만들 때 열람 조건을 까다롭게 해서다.
어린이집 CCTV를 열람하려면 피해 아동의 부모가 원장과 열람 여부 및 시기를 협의해야 한다. 법 개정 당시 어린이집 ‘부모모니터링단’의 열람권을 놓고 공방이 있었지만 제3자의 열람은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제외됐다. 열람 범위도 ‘보육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상호 협의해 결정’토록 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CCTV 저장기간인 2개월분을 모두 보고 싶어도 원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23일까지 이런 취지의 청원 50여건이 게재됐다.
부모가 실시간으로 어린이집을 들여다볼 수 있으려면 단순 CCTV가 아닌 ‘네트워크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2016년 ‘경기도 어린이집 CCTV의 운영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네트워크카메라를 설치한 어린이집은 6.1%에 불과했다.
관련법에는 ‘CCTV를 원칙으로 하되 네트워크카메라도 설치 가능하다’고 돼 있다. 네트워크카메라가 강제 사항이 아닌 이상 어린이집이 자발적으로 이를 설치하는 걸 기대하기는 힘들다.
CCTV 열람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행위를 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부모들로서는 고민이다. 22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한 부모는 “낮잠 안 잔다고 딱밤을 가볍게 때리는 모습을 CCTV에서 봤다”며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 여부에 대한 권고 수준의 의견 개진을 하고 있고 판단은 경찰이 한다”고 했다.
이옥 덕성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24일 “개별 어린이집이 아닌 자치구 등의 차원에서 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드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어린이집 CCTV, 찍으면 뭐하나, 볼 수가 없는데…
입력 2018-10-2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