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독기 없이 수술, 20년 지난 약품… 동물병원이 ‘동물권’ 사각지대

입력 2018-10-24 18:14

경기도 소재 A동물병원은 수술도구 소독기기도 갖추지 않은 채 운영하다 지난해 당국에 적발됐다. 이 병원 수술실에서는 녹이 슨 실톱과 망치가 발견됐고, 유효기간이 20년이나 지난 약품도 보관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1000만 반려인(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해당 수의사에게 내려진 처분은 ‘면허정지 22일’에 그쳤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물권 보호’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일부 동물병원은 동물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김종회(사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24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의사 법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병원과 수의사가 받은 행정처분은 247건이었다.

이 중 과태료 처분이 189건, 면허정지 38건, 업무정지가 20건이었다. 수의사 교육을 미이수하거나(92건) 의료기기 안전관리 미흡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가 많았고(51건), 유효기간이 지난 약제를 사용하거나(4건) 무자격자가 진료하다 적발된 사례(3건)도 있었다.

면허정지의 대부분은 법에 명시된 기간보다 대폭 감경됐다. 15일짜리인 처분이 8일로, 3개월 처분이 1개월로 깎이는 식이다. 농식품부는 ‘생계유지 수단이 없어 생활이 곤란하다’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민원 유발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면허정지 기간을 감경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의사도 자영업자로 병원 문을 1주일만 닫아도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동물 진료에 대한 관심부족으로 위법행위가 발생해도 온정적 처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통해 철저한 단속과 단호한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