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위법 소지 ‘가상화폐펀드’ 檢 수사 의뢰

입력 2018-10-25 04:03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가상통화)펀드’로 불리는 상품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검찰에 통보했다. 해당 펀드를 선보였던 거래소는 이달 말 예정됐던 2호 펀드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1호 가상화폐펀드가 운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4일 “이른바 가상화폐펀드로 불리는 상품이 금감원에 등록된 사실이 없으며, 금감원 심사를 받은 관련 투자설명서도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가상화폐를 모집해 펀드로 만든 상품이 출시되면서 갑론을박이 일자 금융 당국이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중 합작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1000이더리움(2억여원) 규모의 ‘ZXG 크립토 펀드 1호’를 출시해 2분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해당 펀드는 이더리움으로 자금을 받아 대부분을 유망 ICO(가상화폐 공개) 프로젝트와 기존 가상화폐 투자에 운용한다. 펀드 만기 시 ZXG토큰을 보유한 만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로 돌려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가상화폐펀드의 위법 여부를 놓고 각종 해석이 나왔다. 해당 펀드는 외형상으로는 집합투자(간접투자) 상품의 성격을 갖추고 있지만 현금이 아닌 가상화폐를 펀드 자금으로 받았다. 이 때문에 지닉스는 이 펀드에 위법사항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해당 펀드가 금감원에 등록되지 않았고, 투자설명서 역시 금감원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일반 투자자들이 정식 인가받은 펀드로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해당 펀드의 운용사, 판매회사, 수탁회사 등도 금융위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해당 펀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유사수신 행위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투자자들이다. 당국이 가상화폐펀드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기관에 통보까지 한 상황이라 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닉스 관계자는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었던 2호 펀드는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명확한 아웃라인을 제시하는 시점까지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해 가상화폐펀드에 대한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다만 해당 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닌 만큼 수사기관에서 위법성을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