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상당수가 일명 ‘지입차’를 통학버스로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입차를 통학버스로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입차 통학버스’는 종합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나면 치료비를 받을 길도 없다.
24일 광주지역 유치원 업계에 따르면, 많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버스 구입비와 운전기사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관행적으로 지입차를 원생들의 통학버스로 사용하고 있다.
10년 경력의 지입차주인 김모(55)씨는 “부인이 원장을 맡고 남편이 통학버스 운행을 담당하는 소규모 시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치원이 불법 통학버스를 운행한다고 보면 된다”며 “운전사를 유치원 직원으로 채용해 최저임금이라도 주는 경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입차 통학버스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상호를 새기고 운행하지만 실제론 개인 소유다. 지입차주들은 운전 인건비와 기름값, 보험료 등으로 매월 1대당 220만∼270만원을 ‘지입료’ 또는 ‘월세’ 명목으로 받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10년차 지입차주인 김모(49)씨는 “한 사립유치원과 계약을 맺고 하루 3회씩, 하루 평균 70∼80㎞ 거리를 운행하고 한 달 220만원을 받는다”며 “치솟는 유류비와 보험료,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월급으로 건지는 금액은 한 달에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 전세버스 등 지입차의 통학버스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도로법 역시 유치원 어린이보호차량은 반드시 11인승 이상 승합차로 색상은 황색이고 어린이 기준에 맞는 보호시설을 갖춰 경찰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불법 지입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차량 사용연한이 10년인 탓에 매년 600만∼700만원의 감가상각이 불가피한 통학버스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4대 보험료를 포함한 인건비 지출이 만만치 않은 점도 지입차를 선택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지입차 통학버스는 의무적인 책임보험 외에 인명사고에 대비한 종합보험을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지입차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치료비 등 종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2대의 통학버스를 무보험 지입차로 운행하는 광주 광산구의 한 유치원은 최근 통학버스 1대가 접촉사고를 일으키자 물질적 보상책임을 지입차주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입차주 송모(56)씨는 “적은 보수에 시달리다보니 몇 년 전부터는 제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게 됐다”며 “‘유상운송특약’도 들지 못해서 사고가 나면 전세금이라도 빼야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지입차 통학버스는 광주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서 공공연히 운행되고 있다. 인천 중구의 공립유치원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민모(60)씨는 “사립유치원에서 운행되는, 흰색 넘버를 단 개인 자가용 버스는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유치원 학부모인 오정길(38)씨는 “통학버스가 유치원 두세 곳과 다중 계약을 해서 그런지 아침마다 과속을 일삼는 것을 보면 너무 불안하다”며 “정부 지원금으로 유치원 원장들의 배를 불려줄 것이 아니라 어린 자녀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통학버스 운행체계부터 개선해달라”고 말했다.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학버스는 2만∼3만여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입차 통학버스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현황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광주시교육청 유치원운영지원 담당 정영미 사무관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지입차 현황은 정확히 파악한 적이 없다”며 “불법 실태가 드러나면 합당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인천=정창교 기자 swjang@kmib.co.kr
‘지입차 통학버스’ 불법 운행… 아이들 안전 위협
입력 2018-10-2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