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남은 반찬으로 국 만들어요” “원장 친인척이 월급 받아가요”

입력 2018-10-24 04:02

“먹고 남은 반찬으로 국을 만들어요. 아이들 간식에는 두 가지 음식이 섞여 있고 식재료는 부실합니다.” 대구시교육청에 접수된 사립유치원 비리 제보 내용이다. 아이들 먹거리에 써야 할 돈을 제대로 쓰지 않아 저질 급식을 먹고 있다는 얘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3일 “해당 유치원은 원아 100∼200명 수준의 중간급 규모다. 급식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운영 중인 사립유치원 비리신고센터에 제보가 쌓이고 있다. 제보를 받은 첫날인 19일에는 33건에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생각보다 참여가 적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나흘간 꾸준하게 제보가 이뤄져 22일까지 131건으로 불어났다.

교육부는 비리 신고가 접수됐거나 원아 200명 이상인 대형 유치원, 학부모 부담금 월 50만원 이상인 고액 유치원을 우선 감사 대상으로 지정해 내년 상반기까지 감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회계 비리 제보가 가장 많았다. 교육부에 직접 접수된 75건을 보면 회계 비리가 23건이었고, 급식 관련이 6건, 인사 관련이 5건이었다. 두 가지 이상이 섞인 복합 유형이 21건, 기타는 12건으로 집계됐다. 어린이집 비리도 6건 접수됐다. 교육부는 이를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조사토록 할 방침이다. 나머지 제보 2건은 학원과 관련된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엔 “우리 유치원에서는 원비를 지나치게 많이 걷고 있다” “(원장의) 친인척이 정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데 급여를 받아 가고 있다” 등의 제보가 들어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주로 회계부분 제보다. 아직 판단하긴 어렵고 현장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유치원 교비를 가지고 원장이 마음대로 쓴 회계 부정이 주종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내홍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등 일부 지역의 사립유치원들은 집단 휴원을 검토하는 등 강경 분위기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 등에서는 ‘처음학교로’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지원과 추첨을 ‘원스톱’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학부모 호응이 높지만 대다수 사립유치원은 추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며 거부하고 있었다. 23일까지 사립유치원 504곳(12.3%)이 처음학교로를 적용키로 했다. 지난해 120곳(2.8%)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리 유치원 재발 방지책으로 박용진 의원이 제안한 ‘유치원 3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유치원의 회계 관리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시정 명령을 받은 경우 ‘간판 갈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다. 박 의원은 조속한 법 통과를 위해 개정안 발의를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도경 심희정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