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향후 5년간 국내외 사업에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15일 만에 내놓은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이다. 롯데는 지난 2월 신 회장의 법정구속 이후 8개월간 투자와 고용이 사실상 ‘스톱’된 상태였다.
롯데그룹은 23일 임원회의를 열고 2023년까지 5개년 투자·고용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계획은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내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조원을 투자한다. 이는 2016년 국내 유화사를 인수했을 당시 투자금액인 11조2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롯데그룹이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부문은 화학이다. 전체 투자 금액 중 40%는 화학 부문에 투입될 예정이다. 전통적인 사업부문인 유통을 대신해 롯데의 ‘캐시카우(수익원)’ 역할을 하는 화학 부문에 집중 투자해 미래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 울산, 대산 지역에 설비를 투자해 원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에틸렌 등 대규모 설비 증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인수한 국내 유화사와 고부가가치 제품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 부문은 온라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에 집중 투자해 그동안 온라인 쇼핑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롯데의 온라인 사업 역량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물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복합쇼핑몰 사업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관광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국내외 사업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해외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롯데제과는 미얀마 제빵업체인 ‘메이슨’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769억원을 들여 메이슨 주식 8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1996년 설립된 메이슨은 미얀마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영업지점 12개, 물류센터 10개를 통해 미얀마 전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350억원이다.
롯데그룹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5년간 7만명 고용 계획도 밝혔다. 내년 채용 규모는 올해 1만2000명보다 약 10% 증가한 1만3000명 이상이다. 유통 부문에서 복합쇼핑몰을 개발해 매년 채용 규모를 늘려 2023년까지 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현안을 마무리한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본에서도 각종 현안 보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8개월여 공백이 있었던 만큼 투자자와 주주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롯데그룹, 2023년까지 50조원 투자·7만명 고용
입력 2018-10-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