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를 위한 기도 울려 퍼지다

입력 2018-10-24 00:01
전주 만성교회 임모세 목사(가운데 왼쪽)와 성도들이 22일 이 교회 예배당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주최 평화통일을 위한 월요기도회에 참석한 뒤 마지막 순서로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전북 전주 덕진구 만성동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만성교회에 22일 밤 불이 환하게 켜졌다. 월요일인 이날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목회자가 쉬는 날이다. 예배도 없는 날이지만 특별히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평화통일운동본부 주최 ‘평화통일을 위한 월요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를 주관한 만성교회는 전주에서 서문교회 다음으로 오래된 곳이다. 113년째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6·25전쟁 때도 교인 수는 줄었을지언정 평화를 위한 예배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도 예배의 자리마다 남북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2016년 12월부터는 적지만 평화통일을 위한 통일선교기금도 모으고 있다.

2012년 이곳에 부임한 임모세(39) 목사는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며 기도의 단을 쌓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금 적립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남북관계는 얼어붙어 있었다. 개성공단도 폐쇄됐었다”며 “그러나 하나님께서 평화의 길로 인도하실 것임을 믿는다. 우리의 기도가 북한 복음화의 작은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도회에는 만성교회 전 교인의 3분의 1 정도인 20명이 참석했다. 85세 권사님부터 5세 어린이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들은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남북 평화통일과 민족 복음화를 위해 기도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천민우 장로는 “기드온의 300 용사가 미디안 대군을 물리쳤듯이, 다윗이 물맷돌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듯이 이 작은 기도회가 이 땅이 평화 통일을 이루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임 목사를 비롯해 만성교회 성도들은 기도회 마지막 순서로 다함께 ‘우리의 소원’ 노래를 불렀다.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임에도 가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 목사는 “전에는 북에 대한 미움과 적대의 감정이 우리 마음을 지배했는데 하나님께서 화해와 평화의 마음으로 서서히 바꿔가고 계신다”며 “통일의 꿈을 다시 꾸자”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는 무사히 끝났지만 기장 평화통일운동본부의 월요기도회는 그동안 중단될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때마다 만성교회처럼 기도회를 열기 소망하는 교회들이 나섰다.

한글날인 지난 9일 강원도 철원 소이산 정상에서 열린 기도회도 마찬가지였다. 평화통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인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목사는 “평일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분들이 기도회에 동참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 처음으로 요일을 바꿔 화요일에 드렸다”며 “이렇게 기도의 불씨가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지금의 남북화해 분위기가 “쌓인 기도의 응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때에 기도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며 “1981년부터 월요기도모임을 갖고 독일 통일의 불씨가 됐던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처럼 통일의 때까지 기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