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그중에서도 연봉 높기로 소문난 에너지 관련 공기업 직원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불법으로 취득한 부동산으로 1억원 넘는 차익을 남기거나 사내 성희롱을 일삼는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4개 에너지 공기업 내에서 적발되는 행정상 조치가 매년 1000건이 넘는 상황과도 맞닿는다. 적발이 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미미한 게 문제다. 공기업 종사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내부 감사 보고서는 공기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스공사의 경우 불법 부동산 취득이 문제가 됐다. 임원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직급인 1급 본부장까지 오른 A씨가 장본인이다.
A씨는 2013년 4월 가스공사가 이전한 대구시의 혁신도시 예정지구에서 아파트를 공급받았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관의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특별분양’을 활용해 당첨된 것이다. 면적 115㎡(약 35평)인 이 아파트 분양가는 당시 시세로 2억5190만원.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9’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3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5년 사이 1억1000만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이런 행운은 A씨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만들어낸 결과다. A씨는 분양에 당첨될 당시 경남 통영 소재 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특별분양은 해당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즉 본사에 근무하는 이들만 받을 수 있다. 일반분양보다 특혜를 주기 때문에 자격을 제한한 것이다. 불법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장 명의의 ‘주택특별공급 대상자 확인서’를 발급해야 하는 까다로운 자격도 필요하다. 내부 감찰 결과 A씨는 직위를 이용해 허위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감찰 결과가 나왔지만 처벌은 ‘약소’했다. 불법 분양이기 때문에 형사 고발 사항에 해당됐지만 A씨가 받은 처분은 벌금 300만원이 전부다. 아파트 역시 환수 규정이 없어 A씨 소유로 남았다. 가스공사 차원의 내부 징계는 시효 만료로 아예 없었다. 현재 정년을 앞두고 있는 A씨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며 가스공사 산하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부장 재직 당시 A씨의 연봉은 1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종사자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사례도 처벌이 ‘솜방망이’인 것은 매한가지다. 석유공사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B씨는 팀원 중 남성 직원들만으로 구성된 SNS 대화방을 만들었다. 이 대화방은 업무와 관련 없는 음담패설이나 야한 사진 공유의 장으로 전락했다. 석유공사에서 함께 근무하는 특정 여직원에 대한 모욕적 표현도 일삼았다. 석유공사 행동 강령은 임직원이 SNS에서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유출, 음란물 유통 등의 불법행위를 금지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기도 했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시차 출퇴근제를 사용하려던 팀원에게 인사 평가 불이익을 운운하며 정시 출퇴근을 종용했다. 석유공사는 업무수행에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직원의 유연근무제를 허용토록 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명예를 훼손했어도 팔은 안으로 굽었다. B씨는 감봉 처분에 그쳤다. 우 의원은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데도 대부분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공공기관의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단독] 아파트 불법 분양 받고도 ‘벌금 300만원’ 끝, 이래서 ‘신의 직장’?
입력 2018-10-23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