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살아있을 때 더 많은 감사 전하자”

입력 2018-10-24 00:01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민들이 20일(현지시간) 쿠퍼티노시 퀸란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미주평화대회 한반도통일공헌대상 샌프란시스코 시상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박광재 목사, 마이크 혼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리자 로 노르망디 사우스샌프란시스코 시장, 김태연 라이트하우스 CEO.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인 루 호리아씨가 휴전선 폐철책 등을 녹여 만든 보은메달을 목에 걸고 아내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의 퀸란커뮤니티센터. 마을회관인 이곳에 백발의 루 호리아(88)씨가 한 손은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아내의 손을 잡고 걸어왔다.

1951년 21세 때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그는 “전쟁 와중에 먹을 것을 찾아 군부대 담을 넘어온 피난민이 많았다”며 “헌병대는 그들을 쫓아내려 했지만 나와 친구는 먹을 것을 아껴 그들에게 건넸던 기억이 난다”고 더듬더듬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리민족교류협회(민교협·이사장 송기학 장로)가 주최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 지역협의회(회장 정승덕)가 주관한 ‘2018 한·미동맹 미주평화대회 한반도통일공헌대상 샌프란시스코 시상식’에는 호리아씨와 같은 6·25전쟁 참전용사 50여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역복을 입은 채 아들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일가족을 모두 데리고 참석한 이들도 보였다. 이들에겐 휴전선의 폐철책선과 참전용사 유해 발굴 과정에서 나온 탄피 등을 녹여 만든 ‘보은메달’이 수여됐다.

호리아씨의 아내는 미 육군 제45보병사단 소속 중사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의 전투에서 싸웠다는 남편을 자랑스럽게 바라봤다. 호리아씨에게 전투를 한 지역을 묻자 ‘폭찹 힐(Porkchop Hill)’이라고 답했다. 당시 미군은 경기도 연천 천덕산 일대를 살이 붙은 돼지 갈비뼈를 닮았다 해서 이렇게 불렀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아버지 에드워드 펜스 소위도 이곳에서 전투에 참여했다.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민교협은 국민일보와 함께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전용사들에게 보은메달을 수여했다. 당시 참전용사들은 한국이 자신들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마워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참전용사 대부분은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다. 민교협 송기학 이사장은 “2013년 당시 생존해 있던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수를 100만명으로 추정했는데 지금은 절반 이하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이 살아있을 때 더 많은 메달을 전하자는 요청이 교민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은메달 수여식에 앞서 총신대 신학대학원 총동창회장인 박광재(광명 영광교회) 목사가 ‘주 예수를 믿자’를 제목으로 설교했다.

교민 봉사자들은 참전용사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보은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송 이사장이 “작은 정성이지만 한·미 우호 증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자 참전용사 가족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정승덕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 지역협의회장은 “한·미동맹의 우정을 잊지 않고 찾아온 한국의 손님들에게 감사하다”며 “참전용사뿐 아니라 그 후손들과도 교민사회가 돈독한 관계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참전용사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저명인사들과 교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마이크 혼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 첫 한인 시장인 리자 로 노르망디 사우스샌프란시스코 시장, 로리 스미스 산타클라라카운티 치안국장, 릭 성 산타클라라카운티 치안국 수석부국장, 김태연 라이트하우스 최고경영자(CEO), 유병주 KP인터내셔널마켓 대표 등 한인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협회는 한반도통일공헌대상을 수여했다.

22세에 단신으로 도미해 접시닦이부터 시작, 캘리포니아주에서 세계적인 환경관리 기업을 일궈낸 김태연 CEO는 “오늘날 우리가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참전용사들의 희생 덕분”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우호하며 서로 사랑하라 가르친 예수의 말씀을 따르자”고 말했다.

쿠퍼티노(미국)=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