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반환점을 도는 비대위 체제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당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혹평이 함께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23일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절정으로 치달았던 계파 갈등이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잦아든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계속되는 인적 쇄신 요구에도 ‘선(先) 가치정립, 후(後) 인적 쇄신’ 방침을 내세우며 내홍 진화에 주력했다. 노무현정부 핵심 인사였던 김 위원장이 한국당에 큰 불협화음 없이 연착륙한 것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대체로 점잖으면서도 날카로운 면모가 있다”며 “전임인 홍준표 전 대표가 거친 표현으로 자주 설화(舌禍)에 휩싸였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밖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특히 “김병준 비대위가 100일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안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평시 당대표였다면 몰라도 김 위원장은 당을 혁신하기 위해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라며 “자신이 정말 해야 할 혁신은 아직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혁신의 제1과제로 꼽히는 인적 쇄신과 관련해 최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와 당무감사위원회를 가동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회의론이 많다. 당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당협위원장 교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당이 시끌시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특위 외부위원으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와 비대위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비대위 산하 가치·좌표재정립소위는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사회’ 등을 당의 새 혁신 가치로 제시했다. 하지만 1주일 뒤 전 변호사 등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은 ‘보수주의 회복’을 내세우며 “2012년 ‘경제민주화’란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면서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도 보수니까 배제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김 위원장은 중도·개혁보수 노선을 내세웠는데 전 변호사는 ‘도로 한나라당’을 외치면서 당의 방향과 노선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지도부의 보수대통합 추진에 대해서도 앞뒤가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보수통합은 혁신 다음에 해야 할 일”이라며 “혁신도 하기 전에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비대위가 표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비대위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초선 의원들은 다음 달 초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보수 진영 유력 주자를 초청하는 토론회를 추진 중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건 결국 리더 부재 때문”이라며 “내년 초 전당대회와 다음 총선에 대비해 서둘러 새 리더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도 최근 유튜브 1인 방송과 보수 성향 정책 포럼 ‘프리덤코리아’ 구성 준비를 공식화하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종선 이형민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당내 “안정적”, 당 외부 “무슨 일을?” 취임 100일 상반된 김병준 평가
입력 2018-10-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