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뜻하는 하늘색 배지를 단 정장 차림의 남녀 27명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층계를 올랐다. 시세조종과 불공정거래 등 자본시장 범죄를 취급하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 부장검사), 금융조세조사부(금조부)에 소속된 검사와 수사관들이었다. 금감원 법률자문관과 조사 파트 국장들이 2층 홍보관 ‘금융마루’ 앞에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불법 주식거래를 파헤쳤고, 최근엔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수사에 착수하는 등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주인공들이었다. 일선 청 규모의 수사 인력이 들이닥친 목적은 압수수색이 아니었다. 급격히 지능화하는 증권범죄의 실체를 보다 가까이에서 접하기 위해 검찰이 금감원에 일종의 견학을 요청한 것이었다.
금감원 조사 파트 팀장들이 강사가 돼 시세조종,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조사 사례를 발표했다. 불공정거래 조사관리 시스템, 전자공시 시연 등의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교육은 단순히 자본시장과 금융상품의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문제성 거래를 파악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이전에 범죄를 감지하는 해법들이 전해지자 검사와 수사관들은 더욱 집중했다.
하루 종일 증권범죄 수사를 멈추고 교육에 시간을 할애한 것은 검찰로서는 큰 결정이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은 물론 대검찰청에서도 증권범죄 수사 인력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공감한 결과였다. 검찰과의 긴밀한 업무협력을 필요로 하는 금감원 역시 교육을 환영했다.
서울남부지검이 2015년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뒤 재판에 넘긴 이는 약 900명, 환수한 범죄수익은 1000억원을 넘는다. 합수단과 금조부를 지휘하는 김범기 제2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특수통’으로 통한다. 박광배 단장은 “오랜 기간 금융범죄를 전문적으로 담당해온 금감원에서 잘 배우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저승사자’들은 31일 한국거래소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워런트증권(ELW)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금감원서 ‘족집게 과외’ 받은 남부지검 검사·수사관들
입력 2018-10-23 18:49 수정 2018-10-23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