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 의하면 인간의 폭력성과 관련된 소식이 뉴스에 의해서 더 드러나고 끔찍한 사건이 묻히지 않았을 뿐, 예전에 비해 인간의 폭력성이 더 심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나도 인간이 결국 폭력과 싸워서 부분적이나마 승리할 가능성을 믿고 기대하며 산다. 물론 진료하다 공소시효가 한참 지난 사건의 끔찍함을 듣고 하루 종일 생각날 때가 있고, 어딜 가나 언급되는 뉴스를 보며 힘이 풀릴 때가 있다. 인간이라는 종의 더딘 발전을 체감하기에는 개인의 삶은 찰나와 같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개인의 폭력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신질환자나 조선족처럼 특정 집단을 매도하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저지르는 폭력일 수 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말하듯 보수적인 미국인들과 그들의 표를 얻은 정치인은 멕시코와의 장벽을 쌓느냐, 소수민족의 유입을 어떻게 막느냐에만 몰두했지만 사실 인공지능이나 거대 시스템에 의한 위협은 간과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활동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잃는 미래가 걱정되지만, 걱정한다고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대 인공지능이 사람을 말살하는 극단적 미래 이전에 영국드라마 ‘휴먼스’처럼 작은 AI가 우리의 일상을 대체할 텐데 우리의 미래를 뺏는 것이 과연 소수민족인가.
안타까운 사건을 목격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생기는 의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나쁠 것인가. 환자를 성추행하는 의사, 표절하는 예술가, 뇌물을 받는 공무원이 없어지고 공정한 인공지능이 일한다면 깔끔할 것이다. 다들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 개발 과정에서부터 인간 뇌의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을 닮을 것이다. 일반적 수준을 벗어난 잔인함에 대해서야 걱정을 덜 해도 될지 모르지만, 편견으로 인한 작은 폭력까지 없애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역시 경험에 의존해 의사결정할 것이기에.
하주원(의사·작가)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인공지능이 더 폭력적일까
입력 2018-10-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