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상황이 지난 7월 이후 고용충격을 넘어 고용참사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일자리 증가 폭이 7월 5000명, 8월 3000명으로 추락하다 9월에는 4만5000명으로 약간 나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의 31만명에 비해서는 여전히 최악의 국면이다. 고용참사는 장기 요인(인구 등 장기 추세)과 외부 요인(G2 무역전쟁 등), 노동정책 변수(최저임금 등 노동정책) 등 복합 요인의 산물이다. 그중에서도 노동정책 변수들이 부작용을 한껏 키웠다. 정부는 최저임금만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원인이 아니라며 다른 요인에서 알리바이 찾기에 급급했다.
근로자 1인당 인건비에서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조금엥겔지수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지수는 현 정부 들어 일자리안정기금, 두루누리사업, 청년내일채움, 지방자치단체 경상보조 노인지원 일자리사업 등 보조금 사업들로 높아져만 갔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정 부문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그 부문에 과잉고용이 발생하고 실업-전직을 통한 노동력이 필요한 부문으로의 인력 배분이 왜곡된다. 보조금 수령 근로자들의 훈련과 구직활동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 노력을 줄이며 희망고문을 연장시킨다. 여기에 국가재정 압박으로 보조금이 끊기면 반짝 효과의 거품이 터지면서 소기업들은 좀비화되고 폐업에 이르게 된다. 연쇄작용으로 폐업한 자영업 종사자들이 알바, 대리운전, 택배, 지자체 일자리 등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구축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용이 급격히 감소하는 고용절벽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국민들의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증폭되게 된다.
고용참사의 와중에 정부는 일자리 질은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면을 봐야 한다. 올해 7월부로 단시간근로 등 고용보험법상 의무가입 대상이 확대됐다. 일자리안정기금과 같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임시·일용직 근로자지만 보조금을 받으면서 경영자들이 이들을 상용직으로 등록하면 일의 실질에는 변화가 없어도 통계상에는 상용직이 증가했고 일자리 질이 개선되었다고 포장된다. 정부의 고용포장 와중에 선진국의 실제 고용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이고 미국의 계절조정 실업률은 한국보다도 낮아 고용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고용은 고공비행하는데 유독 한국만 마이너스 고용을 걱정하고 있다. 원인은 자명하다. 바로 흑묘백묘식 실용적인 경제정책을 짜기보다 반기업 정서와 관념에 치우쳐 만들어진 경제정책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엥겔지수를 낮춰야 한다. 규제엥겔지수는 매출 가운데 기업들이 규제에 대응하는 비용의 비중을 의미한다. 법률 전문가들과 계약을 맺어 대응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중소기업들도 복잡한 규제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건강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네거티브화하고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소득도 높아진 독일 하르츠 노동개혁 뒤 변화도 그랬고,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던 일본의 노동시장의 부활도 불황기간 동안 노동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 양을 만들고 호황에 들어서면서 일자리 질을 도모하는 전략적인 일자리 정책 전환의 결과였다. 전근대적인 공장법적 보호와 이데올로기 에 매몰돼 새로운 직군의 일자리 활성화를 가로막는 경직적 노동 규제로는 일자리 양도, 질도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일자리위원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며 정부는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애로를 해결해주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어쩌면 당연한 이런 발언을 하기까지 경제 전체로 1년 반의 시간이 희생된 게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일자리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자리 정책의 기본이 지켜지길 바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시평-조준모] 일자리 거품 키우는 고용보조금
입력 2018-10-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