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살리는 생명나무를 보내자] “압록강 건너 헐벗은 북한땅 보며 여기부터 돕자 생각”

입력 2018-10-24 00:03
안상구 ㈜청우하이드로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 서구의 회사 집무실에서 생명나무 캠페인에 참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송지수 인턴기자
안상구 회장이 지난 6월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과 함께 중국 압록강 일대를 돌아본 뒤 지류 중 하나인 훈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안상구 회장은 기아대책에 1억원 이상 후원한 필란트로피 회원으로 2018년 기아대책 호프컵 명예대회장을 지냈다. 인천=송지수 인턴기자
인천 서구에 위치한 ㈜청우하이드로를 지난 17일 찾았다. 안상구(81) 회장이 1967년 ‘청우공업주식회사’로 시작한 회사는 산업용 펌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평생 이 회사를 통해 일궈온 재산을 안 회장은 생명나무 캠페인을 위해 내놓았다. 안 회장은 “언제부터인가 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신 목적을 잘 달성하고 하나님 앞에 가고 싶은 마음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안 해본 일 없이 고생했기 때문일까. 그는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배고픈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그동안 물질적인 후원과 하나님의 복음을 함께 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막상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니 좋은 목적으로 기부를 하고 싶어도 되레 의심받고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더라”며 “그러다 우연히 북한을 돕고 있는 캐나다 교포 활동가로부터 기아대책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의 다양한 캠페인 중에서 생명나무 캠페인에 대해 들으면서 그는 “아프리카를 돕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곳을 돕는 게 하나님의 뜻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 북한 돕기란 정서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기억 속 전쟁의 참상이 오래 각인된 채로 60년 넘게 적대관계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 정권은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안 회장은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과 지난 6월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을 찾아 북한의 헐벗은 땅을 확인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안 회장은 “압록강 건너 북한 땅을 보는데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국 땅과 북한의 풍경이 너무 다르더라”며 “아무리 적대관계이고 여러 문제가 있었더라도 우리 민족이 배고프고 힘들어하는데 여기부터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선 굶어 죽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너무 풍요로워서 걱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생명나무 캠페인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영속성이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안 회장은 “북한의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주면 공기가 좋아지고 홍수를 막아주고 유실수 열매로 풍요로워질 수 있다”며 “한 번 도움을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생명나무는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것처럼 영속적”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념을 초월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면서 “정치적 이념을 떠나 북한의 척박한 땅에 생명을 심어주고 그 나무를 통해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다른 의미에서 생명을 얻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펌프를 만들고 수리하면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안 회장은 “사람들은 돈, 재물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돈 명예 권력 등 아무리 좋은 것도 항상 나쁜 것을 동반하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사업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도 하루아침에 100억원이 사라지기도, 다시 생기기도 하는 일을 겪었다. 안 회장은 “서울의 집을 팔아 인천으로 공장을 옮기고 기계도 샀는데 얼마 안 돼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2배가 되고 이자 비용도 올라 100억원을 손해봤다”며 “그때 환갑을 넘은 나이였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고통을 주시느냐’며 하나님을 원망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한 달 버티기도 어렵단 생각에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 했으나 은행 대출까지 막혀 남은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내 힘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고 내려놓자 그때부터 끊겼던 일이 막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양심적으로 성심껏 살면 하나님이 인도해주신다”며 “그럴 때 걱정근심 없이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이야말로 절대 빼앗기지 않을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나무 캠페인에 5억원 후원을 약정하고 그 중 2억원을 기부했다. 기아대책이 진행 중인 북한의 산골학교 꿈나무캠페인에도 1억원 후원을 약정했다. 지난달 전 세계 어려운 상황의 어린이들을 초청해 진행한 축구대회 ‘호프컵’에도 2억원을 후원했고 아프리카 우간다 지역의 마을 자립을 돕는 일에도 1억원을 후원할 계획이다. 이런 기부를 통해 그가 바라는 점은 무얼까. 그는 “내가 이만큼 기부했으니 하나님이 또 복을 주시리라고 기대하거나 남들의 칭찬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받은 사람이 잘되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보답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인천=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