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공매도, 개인도 참여”… 개인은 “아예 없애 달라”

입력 2018-10-23 04:00

금융위원회가 개인에게 공매도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아예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폐지’는 어렵다는 금융 당국 입장과 온도차가 크다. 잇따른 규제 강화에도 공매도가 여전히 ‘공공의 적’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투자 전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스피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외국인 68%, 기관 31.5%였다. 개인은 0.5%로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기관·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개인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런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개인도 주식을 좀더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개미들은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아닌 이상 공매도로 이득을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문턱을 낮추는 게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미들이 공매도에 분노하는 바탕에는 ‘내가 가진 주식이 공매도 때문에 하락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금융 당국과의 차이가 명확하다. 금융 당국은 ‘업틱룰 제도’가 있기 때문에 공매도가 직접적으로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업틱룰은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만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개미들은 공매도를 통해 매도물량이 쏟아져나오면 그 자체로 가격을 짓누른다고 하소연한다. 개미들은 자금력에서 외국인·기관에 상대가 되지 않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에 ‘숏커버링’ 효과에 따른 증시 급락 방어 기능도 있다고 판단한다.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은 결국 되사서 갚아야 한다. 이때 매수물량이 급락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매도가 증시의 ‘버블(거품)’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다고 본다. 또 한국의 공매도 규제는 외국보다 강한 편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공매도 자체를 못하게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유럽연합(EU) 등에선 업틱룰 제도도 쓰이지 않는다.

이런 금융 당국의 끊임없는 설명에도 개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외국인·기관의 자금력과 정보력을 개미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박창호 공매도제도개선모임 대표는 “공매도에 쓰이는 외국계 단기자금이 국민의 쌈짓돈을 빨아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매도 폐지가 어렵다면 대차잔고(빌려간 주식의 잔고) 가운데 공매도에 사용 가능한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리는 등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틱룰을 5호가 이상으로 하도록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불신은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등 양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