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유치원 입학 신청·추첨 시즌이 다가오면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 했던 부모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유치원 비리 소식에 “대체 어느 곳에 아이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신입 원생을 받지 않겠다는 유치원마저 나타나면서 부모들이 느끼는 막막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학부모에게 11월과 12월 초는 ‘유치원 입학 전쟁’ 시즌이다. 교육 당국은 다음 달 1일 유치원 입학 온라인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가동한다. 부모들은 유치원 원서접수·추첨·등록까지 모든 입학 절차를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국공립 유치원은 100% 이 시스템을 이용한다. 개별 지원을 받는 사립유치원 접수 시기도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에 몰려 있다.
그런데 최근 비리 사립유치원의 실명이 공개된 뒤 상당수 학부모가 혼돈에 빠져 있다. 비리 유치원 사태 전 어떤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유치원 자체를 보내는 게 맞는지 조언을 구하는 분위기다. 네 살 아들을 둔 한모(36)씨는 22일 “내년부터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이런 비리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못 보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씨의 아들이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만 6세까지만 아이들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씨는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1년간은 어떤 유치원이든 보내야 할 텐데, 이대로라면 유치원 원장들 콧대만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비리유치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맡기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많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A씨는 “비리를 알고도 보내자니 바보 같고, 그렇다고 국공립만 지원하자니 안 될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비리 명단에 오르지 않은 유치원이나 일반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B씨는 “실제로 비리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 안 그런 곳이 없다고 본다”며 “워킹맘이라 아이를 맡길 곳이 유치원 아니면 어린이집인데 복직을 결정한 게 잘한 건지 죄책감마저 든다”고 했다.
일부 유치원이 폐업을 선언하거나 신입 원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은 부모들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인천에 사는 C씨는 유치원에 보낸 지 1년 만에 폐업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C씨는 “4월에 겨우 신입생으로 들어가 입학금도 내고 체육복, 원복도 다 샀다. 내년에 아이가 일곱 살인데 어디에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내년 입학 시즌이 되면 사립유치원을 비난하는 지금 분위기가 싹 바뀌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정부가 유치원 견제 노력을 멈추면 학부모는 다시 어쩔 수 없이 ‘을’의 입장에서 피해를 입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정부가 부모에게 힘을 실어줄 대책을 만들고 관심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화성시 동탄 지역 학부모들은 온라인으로 유치원 입학 보이콧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유치원 입학전쟁 코앞 “비리 알고도 보내야 하나, 국공립은 자리 없는데”
입력 2018-10-2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