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SH공사 가스공사…공공기관 ‘짬짜미 채용’ 의혹 확산 중

입력 2018-10-22 18:11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김태호 사장이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 사장 뒤로 마이크 앞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인다. 뉴시스

서울교통공사에서 시작된 공공기관 고용 세습 의혹이 다른 공공기관으로 속속 확산되는 모양새다. 강원도경제진흥원, 대한적십자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최근 정부 방침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의 친인척을 채용하거나 같이 일하던 직장 상사가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짬짜미 채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적십자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4년 4월 이후 적십자사의 정규직 공채 과정에서 과거 계약직 간호사나 인턴 등으로 근무한 지원자에 대한 면접에 이들과 같이 일했던 직상급자가 면접관으로 참여한 사례가 8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는 청년 인턴 출신인 안모씨가 함께 일했던 직상급자에게 면접을 보고 임상병리사로 채용됐다. 이곳에서는 2016년 6월에도 채혈 담당 간호사 2명이 직상급자의 면접 후 정규직에 최종 합격했다. 지난해 2월 서울서부혈액원 정규직 간호사 공채에서도 계약직 간호사로 근무했던 박모씨와 최모씨의 면접관으로 직상급자였던 간호1팀장과 2팀장이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두 사람은 최종 합격했다.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보를 바탕으로 SH공사 전현직 임직원의 친인척이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몇 분을 찍어 말씀드리겠다. 전 인사처장 배우자, 현 비서실장 친척 배우자, 현 비서실장 친척 등이 SH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의혹이 있다. 처장 한 분이 퇴직 후에 SH 리츠회사 본부장으로 재직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강원도 국감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강원도경제진흥원 직원 2명이 도 차원의 채용비리 감사에서 ‘계약직 직원의 일반직 전환 추진 부적정’ ‘신규 직원 채용 시 일관성과 공정성 확보 부적정’을 이유로 지난 2월 각각 ‘주의 촉구’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가 정유섭 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공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확정한 비정규직 1203명 가운데 25명이 임직원의 배우자 혹은 사촌 이내 친인척이었다. 같은 당 박맹우 의원도 한국전력 산하 한전KPS에서 올해 4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간제 계약직 직원 240명 중 11명이 임직원 자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