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구성조차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 축인 민주노총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일자리 창출, 국민연금 개혁, 사회안전망 구축 등 노동·경제·사회 관련 주요 현안들은 산적해 있다.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한데다 적용 범위도 커 어느 한 부문만의 노력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따라서 종전 노사정위원회보다 참여 주체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으로까지 확대했다. 실로 기대되는 기구이지만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총에 묶여 허송세월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도 못했다. 이제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안들은 해를 넘겨 기다릴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만 해도 제도 개선 방안의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경사노위 산하에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키로 해놓고도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다리고 있는 경사노위의 다른 구성원들을 생각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음성적으로 저지르는 집단이기적인 행위들은 놀랍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이나 그 자회사, 협력업체들에 조합원이나 그 가족을 편법 고용한 의혹들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도 남는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국가 정책을 기회 삼아 귀족노조의 천박한 자기 식구 챙기기를 획책하는가. 노조의 불법적 고용세습이 이뤄지는 기업 15곳 중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9곳이나 된다. 건설 현장에서의 일감 다툼은 여전하다. 민주노총이 배타적으로 불공정과 부당함을 자행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심각한 처사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힘없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장기화하는 것은 이들의 희생과 고통 위에 앉아 단물을 빠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가 민주노총으로 인해 어려워진 데는 그동안 정부·여당의 미온적인 태도와 역할이 크다. 정부가 원칙을 지키며 당당하게 나아가고 여당이 이를 지원해야 하는데 민주노총의 생떼와 불법·편법 행위에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한다. 정부·여당이 표방한 정의와 일자리 창출,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과감한 비판과 상응 조치들을 취하는 게 다수 국민들을 위한 일이다. 민주노총 스스로 경사노위에 들어오길 눈치보며 학수고대하는 정부의 모습은 결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사설] 정부·여당의 민주노총 눈치보기 지나치다
입력 2018-10-2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