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가 중점 추진하는 정책은 ‘갑질 근절’이다. 그러나 미국의 철강규제에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A사 사례만 봐도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기업의 갑질은 줄지 않고 있다.
‘하도급 갑질’의 방식은 다양하다. A사의 경우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A사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는 완성차 업체가 이를 납품가에 반영해주지 않는다. 이번 공정위 국감에서도 현대차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할 당시, 협력업체는 많아야 영업이익률이 5%에 불과한 게 문제로 제기됐다. 현대차는 ‘납품단가 인하(CR Cost Reduction) 제도’를 운영하면서 협력업체의 이익이 많이 나면 나는 대로, 적게 나면 적게 나는 대로 매년 하도급업체의 단가를 내려 일정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CR제도는 원자재 가격과 하도급 단가를 연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치킨프랜차이즈 대기업인 bhc는 닭고기 원가 인상분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해 광고비를 충당했고, 르노삼성자동차는 서비스협력업체들에 주요 부품을 비싸게 공급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가맹비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하도급 갑질을 직권조사하고 있다.
하도급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다. 대기업은 적발돼도 부당 인하한 하도급대금을 주면 된다. 과징금 규모도 크지 않다. 여기에다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공입찰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에 대한 제재도 허술하다. 대림산업은 지난 4월까지 하도급법 위반 등으로 벌점 6.75점을 받았는데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입찰제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은 법 위반 사업자에게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이 5점을 넘으면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21일 “지난 18일부터 불공정 하도급 관련 과징금 고시를 강화했다. 처벌 강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공정위 ‘갑질 근절’ 자랑하지만… 대기업 ‘단가 후려치기’ 여전
입력 2018-10-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