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의 ‘편법 정규직화’ 의혹을 고리로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 실정(失政) 전반에 대한 전면전에 나섰다. 새로운 의혹 폭로, 기자간담회, 규탄대회 등을 연쇄적으로 진행하며 몰아치기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여당의 ‘남북 평화 프레임’에 맞설 대항마로 채용비리, 청년 일자리 문제를 내세워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여권 지지 기반의 한 축인 민주노총을 동시에 견제하는 등의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휴일인 21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가짜 일자리·고용세습 규탄대회’를 열고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및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현역 의원과 보좌진, 당원 등 수백명(한국당 추산 1500명)이 참석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특권 노조가 철의 삼각형을 구축해 귀한 일자리를 약탈하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년과 실직자들에게는 2개월짜리 ‘단기 알바’를 시키면서 자신들은 알짜배기 일자리를 나눠 갖는 몰염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두 번 다시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담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박 시장을 직접 겨냥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발표 전인 2016년 9∼12월 무기계약직을 뽑은 점을 들어 채용비리 의혹이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박 시장은 이미 그해 6월 비정규직의 90% 정규직화를 공언했다”며 서울시 주장을 재반박했다.
김 사무총장은 “박 시장은 지난 3월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기존 직원의 친인척 및 노조 관계자가 108명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한 명이라도 더 나오면 직(職)을 걸라”면서 “정말 108명뿐이라면 내가 사무총장직과 의원직을 걸겠다”고 강수를 뒀다. 그는 “‘을과 을의 싸움’이 아니라 ‘슈퍼갑’이 된 민주노총을 위해 취업준비생의 권리를 도둑질한 것”이라고도 했다.
민경욱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협력업체 직원이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공사 소속 비정규직으로 신분을 전환하는 등 29명의 부정채용 의혹이 불거졌고, 국토정보공사에서도 임직원 자녀 15명과 형제 3명, 배우자 1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돼 채용비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한국당과 공조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로 하면서 고용세습 논란은 하반기 정국의 최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회동해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제출 방안을 논의한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년의 꿈을 앗아가는 적폐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문제라 국정조사에 동의한다”며 “다만 국정조사가 문재인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교통공사의 조직적 채용비리는 단연코 없었다”며 “한국당이 정도가 지나치게 국정감사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형민 심우삼 기자 gilels@kmib.co.kr
"청년의 미래 약탈"… 한국당 '고용세습' 십자포화
입력 2018-10-21 18:43 수정 2018-10-21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