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연구·개발(R&D) 조직을 분리해 신설법인을 설립키로 하면서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노조도 “법인 분리는 ‘먹튀’ 수순”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인천시는 한국GM의 청라 주행시험장 부지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국GM은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을 전담할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 코리아’의 설립 안건을 의결하고 향후 법인등기 등 후속절차를 완료한 뒤 신차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기존법인인 ‘한국GM’(생산·정비·판매)과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R&D·디자인 등)로 분리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산업은행은 “법인분할은 정관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에 해당한다”며 “향후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법인 분리를 예상하지 못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기획재정부, 한국GM과의 경영정상화 합의 과정에서 총 17가지 특별결의 사항에 대한 ‘비토권(거부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신설법인의 자산 가치가 총 자산의 4% 수준인 점 등을 들어 “법인분할은 특별결의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자칫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GM이 현재 출자전환, 투자 등의 당시 약속한 사항들은 이행하고 있다”며 “(법인분할은) 당시 논의되지 않은 부분이라 일단 산은을 중심으로 대응하며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글로벌 GM이 법인을 분리한 뒤 결국 R&D 조직만 챙겨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라며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D 법인이 분리되면 현재 노조 조합원 1만여명 중 3000여명이 새 법인으로 옮기게 된다. 노조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자산을 챙겨 한국을 떠날 때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단일 법인으로 묶인 완성차 회사가 분리되면 공장 축소나 분리 매각, 사업철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실제로 GM은 호주에서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디자인센터만 남겼다.
업계에선 이번 법인 분리가 노사 간 대립을 격화시켜 향후 생산·판매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그럴 경우 회생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페이스북에서 “한국GM 측에 제공한 주행시험장 부지 회수 등을 법률 검토하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인천시는 애초에 GM코리아가 인천의 자동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하며 부지를 제공했다”며 “법인분리에 대해 GM노조 등 시민사회 동의가 있지 않다면 부지 회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건희 양민철 기자 moderato@kmib.co.kr
한국GM ‘R&D 분리’ 의결 거센 후폭풍…산은 “법적 대응”·노조 “총파업”
입력 2018-10-21 19:30 수정 2018-10-21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