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공중훈련 유예… 美, 비핵화 위해 北에 성의표시

입력 2018-10-21 18:16 수정 2018-10-21 22:22
지난해 12월 6일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이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하는 모습. 올해 12월의 비질런트 에이스는 미국 측의 제안으로 실시가 유예됐다. 뉴시스

오는 12월로 예정됐던 대규모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실시가 유예됐다.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주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유예가 공식화된 모양새다. 미국 측이 한국 군 당국에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방안을 먼저 제의하고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연합훈련은 유예됐지만 우리 공군은 단독 훈련을 통해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정경두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차원에서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방안을 먼저 제안했다. 정 장관은 이에 공감하며 “군사 대비 태세를 위한 조정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곧바로 훈련 유예를 발표하는 대신 이달 말까지 보완책을 마련한 뒤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 장관이 제안한 조정안은 한·미 항공기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기동 훈련을 하되 한반도에서 함께 훈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훈련 통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다.

훈련 유예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한·미 간 엇박자가 드러나기도 했다. 국방부는 화이트 대변인의 유예 결정 발표 후 16시간 이상 20일 오후에야 회담 결과를 전했다. 국방부는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유예 결정’이라고 발표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유예 협의’라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발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면서도 “유예 발표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예 결정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조바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 미 전략자산 전개 비용에 민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과거와 같은 전략자산 전개 패턴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은근히 드러내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요구하며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미 항공기가 대거 참여하는 공중훈련이다. 지난해 12월 훈련에는 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6대를 포함해 미 항공기 180여대가 투입됐다. 군 내부에선 한반도에서 정기적으로 연합 공중훈련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사시 대응 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훈련 유예가 군사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연합훈련 취소 시 예정됐던) 우리 공군 단독 훈련도 변동 사항 없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ptyx@kmib.co.kr